‘부모와 단절’ 자립준비청년 “세상에 또다시 버려진 기분” [심층기획-‘예고된 비극’ 영아유기]
보육원서 지어준 이름 ‘백새별’
의지할 곳 없이 가족 같던 시설 퇴소
홀로서기 막막… 고립감에 극단선택
부모에 대한 원망 뒤엔 그리움
성인된 후 생모 찾았지만 만남 거절
“왜 버렸는지 묻고 싶었을 뿐인데…”
정부 ‘정신적 지원체계’ 시급
“퇴소 후 진로·취업·인간관계서 좌절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최후 보루 필요”
갓난아기 때 보육원으로 보내진 백새별(25)씨가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 대해 아는 건 보육원 입소 시 작성된 아동카드 내용이 전부다. ‘백새별’이라는 이름도 부모가 아닌 보육원에서 지어줬다. 부모가 친권을 포기하면서 새별씨의 후견인이 된 보육원 원장은 자신의 성인 백씨로 새별씨의 성·본 창설을 신청해 출생등록해줬다. 같은 이유로 이 보육원에서 출생등록된 80여명의 아이들 모두 백씨 성을 갖고 있다.
시설에서 같은 성씨를 공유하며 ‘가족’처럼 지내던 이들은 성인이 돼 자립하는 과정에서 ‘혼자’임을 체감하기 시작한다. 새별씨는 12일 세계일보 취재진에게 “다른 사람들은 있는 ‘기둥’이 저한테는 없다”고 토로했다. 새별씨가 가리킨 기둥은 경제적, 심리적인 지지 기반을 의미한다.
새별씨는 시설 퇴소 후 4번의 극단적 선택을 했다. 첫 시도는 22살, 2년 동안 모은 돈을 한 달 만에 소진했을 때였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 전 재산 1000만원을 들고 제천으로 향한 뒤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돈은 금방 동이 났다. 하루 13시간씩 아르바이트하며 2년 동안 모은 돈이 사라지자 ‘살기 싫다’는 공허함이 찾아왔다. 극단적 선택을 한 그날 새별씨는 다행히 구조됐지만 그 뒤로도 ‘나 혼자만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이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새별씨는 이런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게 익숙하지 않다. 3년 전 아르바이트하던 수영장 사장이 그를 성폭행했을 때도, 홀로 견뎠다. 경찰서에 신고했다가도 당시 상황을 곱씹기 괴로워 조사를 거부하고 머물던 쉼터로 돌아갔다. 새별씨를 찾아온 경찰을 보며 놀란 쉼터 관계자와 친구들에게 그는 “아무 일도 아니다”고 답했다.
자라면서 커지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은 그런 고통 중 가장 대표적이다. 부모에 대한 궁금증으로 엄마, 아빠를 찾아나서지만 현실적으로 만남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새별씨는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부모를 찾기 위해 보육원에 다녀왔다. 버스를 타고 보육원에 가던 그날, 머릿속으로 ‘엄마, 아빠가 죽었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가득했다. ‘부모님이 죽기 전 나를 한 번만 보고 죽었으면 좋겠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보고 싶다’고 간절히 바랐다.
무슨 대화를 이리도 간절히 원했던 걸까. 새별씨는 “두 가지만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를 왜 시설에 맡겼냐’, ‘시설에 맡길 거면서 왜 나를 낳았냐’는 물음이다. 그는 “차라리 낳지 말지, 왜 낳아서 시설에 맡겼는지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다만 새별씨가 부모를 원망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원망의 외피를 걷어내면 그 안에는 극도의 그리움이 자리 잡고 있다. 새별씨는 “(부모님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IMF 경제위기가 1997년도에 터졌잖아요. 제가 1998년에 태어났거든요.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시설에 맡겼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많이 해봤어요. 그냥, 보고 싶어요.”
임씨 역시 이런 청년들이 어려움을 느낄 때 “손을 뻗어 하소연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설에 있을 때부터 어떤 지원기관에 연락하면 되는지 말해주고, 자립준비청년이 마음을 열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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