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결정 대신하는 AI… 선악 기준·윤리 의식 넣어줘야” [심층기획-AI 앞에 선 민주주의]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예상했던 것보다 발전 속도 빨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정말 중요”
김명주 인공지능윤리정책포럼 위원장
“AI시대 정보 유출은 차원 달라… 정보 모아 재구성·추론 등 가능”
이상욱 유네스코 세계과학기술윤리위원회 부위원장
“공생 위해 기술적 특징 이해 중요… AI는 사람 아닌 존재 받아들여야” 끝>
“예상했던 것보다 발전 속도가 훨씬 빠르다. 사람을 대체할 것인가를 묻는다면, 사람의 통찰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체는 어렵다고 했는데, 통찰력의 개념을 다르게 보면 대체되는 게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결국 사람은 서로 다른 영역의 연결고리를 찾고,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것이 통찰력인데, 그 분야만 사람의 몫으로 남을 것 같다.”
―AI발 가짜뉴스는 무엇이 문제인가.
“저널리즘은 항상 게이트 키핑과 진실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지금은 너무 많은 정보가 남발되고 있다. 언론이 브랜드를 갖고, 계속해서 메시지를 던지는 게 중요하다. 안타까운 건 저널리즘의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것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어떤 방향을 제시하느냐는 언론 스스로가 찾아야 할 숙제다.”
―AI 시대에 적합한 교육의 방식은.
“AI는 인류에게 불처럼 정말 새로운 도구다. 불이 했던 역할처럼 모든 걸 바꿔놓을 수 있는 새 도구가 될 수 있다. 불을 발견하고 인류가 윤택해지기도 했지만 굉장히 많은 시기, 질투, 싸움도 잦아졌다. 굉장한 진보가 이뤄짐과 동시에 우리가 쌓아온 민주화의 가치가 손상될 수 있다는 걱정도 든다. AI도 그런 도구가 되지 않으려면 결과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이걸 지키는 건 사람의 힘이고, 시민사회의 역할이다.”
◆“AI, 선거 활용 땐 유권자에 고지… 딥페이크 기술 발달로 혼동 우려”
“AI는 다른 기술과 달리 사람의 결정을 대신한다. 사람은 양심이 있어서 선악을 구분하고, 그게 안 되면 법에 의해 규제를 받는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양심이 없으니 선악의 기준, 윤리 의식을 넣어줘야 한다. 의식이 있지 않으니 학습을 시키거나 알고리즘을 짜야 한다. 인간 공동체 속에서 같이 활동하기 때문에 인간의 가치 기준을 공유해야 한다.”
―알고리즘 편향성은 왜 문제인가.
“AI가 학습한 데이터는 과거 자료다. 예를 들어 기존 합격자 중 남자가 많다면 이 AI는 남성을 많이 채용하는 결과를 내놓는다. AI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인간 면접관이 채택한 답을 따르도록 학습시키지만 이 인간 면접관이 가진 편향성은 걸러내기 어렵다. 객관적 테스트를 거치도록 한 뒤 AI의 성향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또 응시자에게 AI와 사람 면접관 중 선택할 권리를 줘야한다.”
―선거에 활용됐을 때 문제점은.
“내 삶 속에 들어와 대화하고, 나의 모든 취향과 성향을 알고 있는 AI 시대의 정보유출은 차원이 다르다. AI는 데이터를 모아 조립하고, 추론까지 한다는 점이다. 이를 프로파일링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미 잊은 과거의 일을 작은 정보를 모아 새롭게 재구성하고 추론해낼 수 있다. 국내에선 아직 이 단계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교육에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
“교육에선 별도의 AI 윤리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 같다. 특히 표절에 관한 부분에서 문제가 많아질 수 있다. 학생은 배우는 과정인데, 단순히 과제를 마치듯 답만 만들어내다 보면 정작 학습을 통해 배워야 할 부분을 놓칠 수 있다. 학생들에게는 AI를 쓸 때, 어디에 썼는지 밝히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과도한 기대·환상 갖고 활용 땐 민주주의 근간 흔들 수 있어 유의”
“민주주의는 사회 구성원들의 성찰적 논의 과정을 통해 사회가 운영되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인데 거기에는 AI를 쓰기가 어렵다. 그 결정 과정이 암흑상자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논의 과정에서 소수의 의견도 존중받고 공존해야 하는데 이때 사람들은 AI를 사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현재 우리 사회는 너무 견해 차이가 크고, 양극화돼 있기 때문이다. 불편·부당함의 신화가 있는 AI를 원하는데 이 지점이 더 위험할 수 있다.”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 이유는.
“AI 개발 과정에서 기업들이 데이터를 크롤링(수집)해서 사용하면서 개인에게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다. 국제회의를 가보면 저개발국이 이 지점에서 분노가 크다. 약자들은 글로벌 기업에 대항해 싸우기가 어렵다. 개인정보를 기존 자본주의 상품 처리 방식으로 처리해서는 문제가 많다. 해법으로는 공공데이터를 늘리는 것이 있다. 공공데이터를 확보하고, 사람들은 거기에 자기 정보를 기증하고 이익을 얻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AI와 공생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AI를 민주적 방식으로 활용하면 민주주의를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지만, 과도한 기대나 환상을 가지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AI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도전이다. 사람들이 결정을 AI에게 대신 맡기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지금 정치가 사람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경향은 가속화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인간의 민주주의를 포기하자는 주장과 다름없다. 이 점을 늘 유의해야 한다.”
특별취재팀=조병욱·박지원·유지혜·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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