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보고 범행 계획" 신림 등산로 살인, '혐오의 재생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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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신림 등산로 성폭행·살인사건은 '젠더폭력 모방범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당시 일었던 "국가가 젠더폭력 범죄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등산로 살인사건 피의자 최윤종(30)은 검찰 진술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 보도를 본 뒤 '피해자를 기절시켜 CCTV가 없는 곳에서 성폭행을 저지르기로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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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신림 등산로 성폭행·살인사건은 '젠더폭력 모방범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당시 일었던 "국가가 젠더폭력 범죄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등산로 살인사건 피의자 최윤종(30)은 검찰 진술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 보도를 본 뒤 '피해자를 기절시켜 CCTV가 없는 곳에서 성폭행을 저지르기로 계획'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봉중 여성아동범죄조사2부장)은 이날 최 씨를 성폭력처벌법상 강간등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최 씨는 지난달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생태공원 인근 목골산 등산로에서 피해자 A씨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미리 준비한 너클 등 흉기를 이용해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당시 의식을 잃고 병원에 이송된 A씨는 같은 달 19일 병원에서 숨졌다.
최 씨가 언급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지난해 5월 부산 서면에서 한 남성이 일면식 없던 20대 여성을 폭행한 사건이다. 사건 당시 가해자는 폭행으로 기절한 피해자를 CCTV 사각지대로 옮긴 후 피해자의 청바지를 벗기는 등 성폭행을 시도하다 현장에서 도주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강간을 목적으로 여성 피해자를 물색해 범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여성폭력(젠더 기반 폭력)' 범죄로 꼽히고 있다. (관련기사 ☞ 계속되는 무차별 여성폭행 … 여성은 '때리고 싶고, 때릴 수 있는' 존재?) 지난 7월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8월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등 유사 모방범죄가 줄을 이었듯이, 여성폭력범죄 또한 모방범죄의 효과를 통해 확대·재생산된 셈이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범행 이틀 전부터 자신의 휴대전화에 '용기 있는 자가 미녀를 차지한다', '인간은 기회를 잡아야 해'라는 등 범행을 다짐하는 메모를 적기도 했다. 범행을 다짐하는 메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물화 또는 대상화하는 이른바 '여성혐오' 정서의 극단적인 형태로 풀이되는 내용이다.
혐오범죄의 성격을 강하게 보여주는 최 씨의 이번 진술로, '젠더폭력 범죄에서 젠더를 배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당국의 대응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와 경찰 등 관계기관은 이번 등산로 살인사건을 흉기난동 등 이상동기범죄의 연장선으로 보며 치안 강화 등 물리적인 대책만을 내놓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관련기사 ☞ 신림 '페미사이드'에도 여성 밤거리가 안전? 어디에도 '젠더'가 없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국내 여성단체들은 지난 8월에도 "국가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며 근본적인 원인 해결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24일엔 150여 명의 시민들이 '공원 여성살해 사건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방치국가 규탄 긴급행동'을 개최, 피해자 A씨의 생전 지인들과 함께 신림동 일대에 모여 "이 비극을 멈추기 위해선 (성차별적인) 사회의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성폭력 전문 변호인 이은의 변호사는 <프레시안>과의 지난 인터뷰에서 "이번 (등산로 살인) 사건은 가해자가 불특정 피해자를 골랐다는 점에서 무차별(이상동기) 범죄 경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여성 대상 혐오범죄, 즉 여성폭력 범죄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라며 "혐오성 범죄의 죄질을 평가해 양형의 기준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한데, 현재는 입법부도 사법부도 그 노력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최 씨에 대한 대검찰청 임상심리평가에서는 '지적장애에 해당하는 인지적 결함은 없고, 자기 조절력과 충동 통제가 저하된 상태에서 원초적인 욕구와 성관계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고자 욕구 충족 방식으로 행동화한 것이 사건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범행을 실행하기 4개월 전부터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으며, 올해 4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범행도구인 너클을 구매했다. 장기간 CCTV가 없는 장소를 물색하며 여러 장소를 범죄 ‘후보지’로 정해두기도 했다.
검찰은 "적극적인 공소 유지로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일상을 위협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성폭력 범죄, 모방범죄에 대해서 엄정 대처함과 동시에 유족의 형사 절차상 권리보장을 비롯한 피해자 보호·지원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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