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위대한 화가들의 은밀한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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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에는 서명을 하거나 낙관을 찍는다.
요즘은 흔치 않지만 현대 이전 작품에는 화가 자신을 그려 넣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현대 화가로서 살바도르 달리도 가끔 자신을 그려넣었다.
책은 화가들이 왜 자신을 작품에 등장시켰는지 흥미롭게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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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보나푸 지음/이세진 옮김/미술문화 펴냄
미술작품에는 서명을 하거나 낙관을 찍는다. 요즘은 흔치 않지만 현대 이전 작품에는 화가 자신을 그려 넣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방식도 가지가지였다. 화가 자신을 등장시키면서도 은폐에 가깝게 처리한 경우로 유명한 이가 15세기 네덜란드 르네상스화풍을 이끈 얀 반 에이크다. 그의 대표작 '아르놀피니와 그의 아내 조반나 체나미'(일명 아르놀피니 부부)에서 에이크는 벽에 걸린 거울 속에 비친 모습으로 나오는데, 워낙 작아 돋보기로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런데 그 세밀성에 놀라게 된다.
16세기 이탈리아 페루자의 베르나르디노 디 베토(별명 핀투리키오)는 에이크의 방식과 정반대다. 그는 '수태고지'에서 성모와 천사, 하느님을 그린 예배당 오른쪽(관람자 입장에서)에 액자를 턱하니 걸어놓고 그 액자인물로 자신을 그렸다. 당돌하다 싶을 정도다. 현대 화가로서 살바도르 달리도 가끔 자신을 그려넣었다. '에큐메니칼 위원회'에서 달리는 왼쪽 아래에 흰색 토가를 두른 채 그림을 그리는 자신을 출연시켰다.
책은 화가들이 왜 자신을 작품에 등장시켰는지 흥미롭게 추적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공통점은 홍보 목적과 후원자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역사에 남을 작품 속에 자신을 그려넣음으로써 역사의 한 페이지에 영원히 기록되길 바라는 욕심도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후원자와의 계약 조건을 성실하게 이행했음을 알리기 위하여, 또는 공모와 연대의식을 다지기 위한 목적에서 화가 자신을 그려 넣을 이유도 있었다. 56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눈의 호사가 될 만한 훌륭한 명작의 도판들이 즐비하다. 역사 속 거장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하는 것도 흥미롭다. 저자가 친절하게 도판 속 화가를 식별해줬는데, 독자가 찾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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