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K콘텐츠노믹스 활력 막는 교육 규제 (上)

2023. 9. 1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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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 서울예대 영상학부 교수

K콘텐츠노믹스로 저성장 돌파하자

지난 여름 국민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 새만금 잼버리 행사에서 K팝은 멋진 구원투수였다. KBS 중계방송을 통해 K팝 공연에 환호하는 외국 잼버리 대원들을 보며 행사가 최악을 면했다는 안도감을 갖게 되었다.

K팝은 잼버리 마무리에서 뿐 아니라 힘 빠진 내수와 수출 전선에서도 구원투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올 상반기 음반 수출액은 전년보다 17% 늘어난 1685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K팝 그룹들은 월드 투어 컨서트와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을 통해서도 큰 수익을 내고 있다. 또 '한류'를 일으켜 외국인 관광객을 국내로 끌어들이고, K뷰티·K푸드 등 연관 제품의 수출을 늘리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올 미국 20개 대도시 순회공연을 하자 관광·호텔·음식점 등 내수가 폭발적으로 일어난 현상이 '테일러노믹스(테일러와 경제와 합성어)로 지칭됐다. 미국 연준(Fed)도 경제동향 보고서 베이직 북에 스위프트가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언급했을 정도다.

미국 남가주대학 샌재이 샤마 교수(재무학)는 CNN 인터뷰에서 "스위프트 순회공연이 미국 지역경제에 50억 달러(약 6조6000억 원)나 기여했다"며 "스위프트 승수 효과는 수퍼보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며 새로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스위프트의 2022년 세계 음반 판매량은 한국 BTS(2위)에 이은 3위였으며, 이 음반 판매량 탑10 가운데 8개가 K팝 그룹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K팝을 포함한 K콘텐츠의 인기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K팝이 베트남에 밀릴 날 온다'는 전문가의 추측도 보도되고, 프랑스 일간지 르파리지앵은 K팝 그룹 블랙핑크의 지난 7월 파리 공연이 '최악의 여름 공연'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K팝의 인기가 계속되기를 바라지만, 모든 유행은 새로운 것으로 바뀐 전례를 보면 걱정이 되기도 한다.

K팝을 포함한 K콘텐츠의 인기를 계속 끌고 가기 위해선 전 세계 대중의 입맛이 변덕스럽게 변해도 계속 새롭게 맞춰줄 수 있는 많은 창작자를 키워놓는 게 기본이다. 콘텐츠 산업의 성장은 새롭게 나올 창작자의 수준과 규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K콘텐츠 창작자들을 키울 교육기관의 설립이나 교육에 종래의 규제가 일률적으로 적용되어 K콘텐츠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어 문제다.

국내 대표적 연예기획사 SM 엔터테인먼트는 7년 전부터 서울에 'K팝 국제학교' 설립을 기획하고 추진했지만 겹겹의 규제 때문에 결국 포기했다. 이 학교 과정은 현재의 아이돌 연습생 제도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고, 새로운 교육의 틀로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창의적 아티스트를 키운다는 취지였다. 특히, 현재 10대 아이돌 연습생은 방과 후에 연습장으로 와 밤 늦게까지 연습하다가 중도에 학교를 자퇴하는 경우가 많아 전일제 학교는 더 의미가 있다. 하지만 SM의 정식 학교 설립은 법인 자산·운동장 확보·교실 규모·외국인 학생 정원 제한(2%) 등 규제에 막혔다. 외국인 국제학교를 검토해 보았지만 국내 법인이나 한국인은 설립할 수 없었다. 이어 대안학교를 생각했으나 외국어를 주된 언어로 교육할 수 없었다. 급기야 'K팝 국제학교'를 미국에 세우는 방안까지 나왔지만 내국인 교사의 파견 비용 등 때문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SM은 고민 끝에 계열사 SM 유니버스를 통해 지난 3월 서울 강남 SM 빌딩의 8개 층 중 4개 층에 전일제 학원 허가를 받아 고1 학생 40명에게 보컬·모델·연기·작곡 등 전공과 함께 대입 검정고시 준비용으로 국어·영어·수학 까지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강사 자격 요건(전문대 졸 이상)과 과목 별 학원비 규제 등 때문에 속을 앓고 있다.

특히 요즘 인기 있는 다국적 K팝 그룹을 만들기 위해선 외국인 학생을 받아들여야 하나 학원이라고 비자가 나오지 않아 담당자는 법무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니고 있다.

현재 K팝 스타를 다수 배출해온 한림예술고 등 대중 예술 중·고교도 전임 교사의 교원 자격증 요건 때문에 스트릿 댄스· 연기 등의 전임교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임교사가 있어야 교과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하는데, 스트릿 댄스 등 분야의 전문가 가운데 교원 자격증 소지자가 없어 이들을 강사로만 써 교과과정의 내실을 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술대학들은 교육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기준인 '취업률 산정 방식' 때문에 일반 대학에 비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K팝과 드라마·영화·웹툰·게임 등 K콘텐츠 산업은 한류를 일으키며 한국 수출과 관광을 띄우고 있다. 앞에 언급된 미국의 '테일러노믹스' 처럼 'K콘텐츠노믹스'는 한국 경제의 거대한 신성장 발전소가 될 잠재력도 매우 크다.

'K콘텐츠노믹스'는 'K콘텐츠의 전 세계적 인기에 따른 외국인 관광 입국과, K콘텐츠 자체 및 연관 제품의 수출 증대 및 해외진출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현상 또는 이를 촉진할 경제정책'이라고 정의된다. 정부는 K콘텐츠노믹스 성장의 발목을 잡는 교육 규제를 현실에 맞게 풀어주어, 창의적 창작자들이 더 많이 배출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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