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컨설팅·IT 특화 `프로창업러`, 이번엔 `프롭테크`로 진격
"창업해서 망해도 봤고 합병도 시켜봤습니다. 이젠 IPO(기업공개)만 남은 것 같습니다."
야놀자클라우드와 KT에스테이트가 공동으로 설립한 프롭테크 기업(부동산 서비스에 IT 기술을 접목,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트러스테이' 이승오(43·사진) 최고제품책임자(CPO)의 경력은 화려하다. 영국에서 경영과 경제를 공부한 후 금융권이나 컨설팅 쪽으로 가야겠다고 진로를 잡았고, 이후 딜로이트에 입사해 계획 대로 컨설팅 업무를 맡게 됐다.
어느 정도 경험을 쌓다보니 삼성전자와 연이 닿았고 전략과 기획 관련 업무로 눈코 뜰새없이 달렸다. 사업 기획 위주로 일하다가 애플이 국내에 상륙할 즈음에는 서비스 기획으로 업무가 넓어져 삼성전자의 주력 서비스 기획과 론칭도 맡았다. 관련 지식과 경험이 차근차근 쌓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 CPO는 "덕분에 본격적으로 IT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나만의 서비스나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며 "마음맞는 회사 동기들과 함께 창업을 했는데, 당시에는 거의 개념이 없었던 '바이럴 마케팅'을 고안해 시장을 선점했다"고 회상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상품성이 충분한 신제품이 나와도 주목을 받지 못하면 시장에서 잊혀질 수 밖에 없다. 이 CPO는 당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이 시장을 넓혀가는 점에 착안해 커뮤니티나 블로그, SNS 등에 신제품을 알리는 플랫폼을 고안했다.
2012년 창업한 '오픈프라이즈'가 그 주인공이다. 새로운 개념의 마케팅 방법이라 몇년 간 반응도 좋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이 변했고, 이에 이 CPO는 또 다른 사업 구상에 나섰다. 2014년 '나우버스킹'을 창업해 이듬해인 2015년 맛집 웨이팅 솔루션을 내놓은 것. 줄서는 맛집에 자신의 전화번호로 대기를 걸고 순번을 알 수 있게 한 '나우웨이팅' 서비스다.
물론 단순히 순번 대기 알림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 CPO는 "대기가 많아도 기왕 간 김에 기다리는 경우도 있지만, 기다림에 지쳐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맛집 입장에서 본다면 이들도 놓치고 싶지 않은 잠재 고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미 먹어본 이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추가 방문을 유도했고, 덕분에 더 입소문이 난 맛집들이 백화점 식품관 등에도 섭외되는 등의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국내 1위 웨이팅 서비스 입지를 굳힌 나우웨이팅은 야놀자에 인수됐다. 해당 기술은 야놀자클라우드의 멤버사인 야놀자에프앤비솔루션을 통해 F&B뿐 아니라 쇼핑몰과 전시시설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이 CPO의 관심은 부동산 분야로 향했다. 이번에는 주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롭테크 업체인 '아파트너'에 창업 초기멤버로 합류했다. 아파트너는 부동산직거래 플랫폼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를 운영하는 '두꺼비세상'에 합병됐고, 아파트 주거생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이 CPO는 11여년간 그야말로 '프로창업러'로 업역을 쉴새없이 넓혀왔다. 그는 "시작이 컨설팅이다 보니 아이템 발굴에 관심이 높았고 경험도 따라줬다"며 "미국 실리콘밸리 사례도 많이 접하면서 IT업계의 선두주자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에 발을 들인 후 잘 키우다가 망하기도 해보고(오픈프라이즈), 창업 회사를 매각(나우버스킹)도 해본데다가, 합병(아파트너)도 시켜봤으니 이제 제 커리어 상에는 '상장'만 남은 것 같네요"라고 웃었다.
도전을 즐기는 이 CPO의 다음 목표인 부동산 시장은 물론 만만치 않다. 기존 창업 경험은 사용자들을 온라인에서 연결하는 서비스 위주였다. 반면 트러스테이의 목표는 O2O(Online to Offline)다. 매물 중개서비스 위주인 기존 프롭테크 시장에 부동산 토털서비스와 스마트시티 정착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부동산 전반을 아우르는 'One Stop 프롭테크 플랫폼'인 것.
트러스테이의 '홈노크'는 임대인을 위한 부동산 관리 서비스로 이미 시장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자산관리 기능과 법률·세무 등 분야별 전문가가 제시하는 시장 트렌드 정보 등이 서비스되는 홈노크는 출시 1년 정도가 지났는데 가입자수가 8만9000여명을 넘었다. 이들이 등록한 자산 규모는 52조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주민간 소통부터 하자보수 신청 등 입주민의 생활 편의를 총망라한 '홈노크타운', 아파트 단지 내 각종 편의·부대시설의 간편한 예약부터 IoT(사물인터넷) 연결까지 구축한 '홈노크존' 서비스도 꾸준히 확장 중이다. 등장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실생활에 제대로 접목되지 못했던 IoT 기술 연동의 경우 제품을 만든 전자회사들이 트러스테이의 기술을 벤치마킹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안면인식만으로 입주민 여부 확인, 자동으로 엘리베이터 호출 △수영장·운동시설 사용료 등 후불 관리비로 결제 등 거주자 편의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은 물론 엘리베이터 멈춤이나 공용부문 파손 등 입주민 단체 등이 단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완비했다.
그는 "단지 내 시설 운영부터 사용까지의 전 과정을 연결하는 툴이라고 보면 된다"며 "입주 전부터 자연스럽게 IoT를 경험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이미 신축 단지에도 적용했다. '인피니티풀'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가 그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트러스테이의 기술은 신축만 아니라 구축 단지에서도 구현이 가능하다. 단지 내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 인근 상권을 활용하는 방법도 고안, 지역 경제 활성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에서는 아예 도시 전체에 이 시스템을 구현하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 CPO는 "국내의 다양한 주거환경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고도화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회사는 트러스테이가 유일하다고 자부한다"며 "이 경험을 축적해 표준화해서 글로벌로 진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전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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