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식 백지신탁 버티다 패소한 유병호, 즉시 이행하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배우자의 주식을 백지신탁하라는 인사혁신처의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12일 유 사무총장이 낸 직무 관련성 인정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배우자 주식이 감사원 업무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공직자윤리법상 직무 관련성을 인정했다. 지극히 당연한 판단이다.
지난해 감사원이 코로나19 백신 수급 감사를 예고한 상황에서 유 사무총장의 배우자가 8억여원 상당의 비상장 바이오기업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되자 유 총장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과잉조치라며 백지신탁 결정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한 술 더 떠 공직자윤리법에 대한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은 백지신탁 조항에 대해 “법률조항으로 인한 사익침해가 그로 인해 확보되는 공익보다 반드시 크다고 할 수 없어 위헌이라 볼 수 없다”며 유 총장의 제청 신청을 기각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고위 공직자가 3000만원을 초과한 주식을 보유한 경우, 임명일로부터 60일 안에 처분토록 하고 있다.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유 사무총장은 지난 10년간 감사원에서 주식백지신탁심사위의 결정을 따르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다. 공직자들을 감찰하는 감사원 고위관료의 처신이 이런 식이라면 공직사회에 감사원의 영이 설 수 있겠는가. 유 총장이 버티니 백지신탁 제도에 도전하는 공직자들이 추가로 나오고 있다.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행정소송 제기로 버티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난 6일 권익위 표적감사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을 압수수색하면서 유 총장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유 총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훼손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월성원전·태양광,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4대강 보, 방통위·공영방송, 국민권익위 등을 감사하면서 무리한 ‘표적감사’ 시비를 몰고 온 책임이 크다.
타 기관을 먼지 털 듯 뒤지려면 본인 신상부터 정리하는 게 상식 아닌가. 그런 이가 법으로 정해진 백지신탁을 재산권 침해 운운하며 법정으로 달려간 것 자체가 난센스다. 유 총장은 더 이상 주식처분을 유예하려는 꼼수를 찾지 말고 법원 결정대로 즉각 주식 백지신탁을 이행해야 한다. 주식을 처분하지 않겠다면 공직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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