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성의 인사이트] 총선 앞둔 경제

김규성 2023. 9. 1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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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정부 예산안을 의결하는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선거용 예산은 없다"고 말했다.

선거 앞둔 예산으론 관행을 벗어났다고 할까.

의외인 듯한 예산안 편성 근거들이다.

"선거용 매표 예산은 배격한다"는 대통령의 선언은 국민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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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정부 예산안을 의결하는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선거용 예산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선거는 '돈 풀기'와 자연스럽게 연계돼 있다. MZ세대는 익숙지 않겠지만 막걸리, 고무신이 선거시즌 이슈인 때도 있었다. 개발연대 이후에는 도로, 항만, 철도 등의 건설을 약속하는 이른바 '토목공약'이 난무했다. 시대에 따라 종목은 바뀌었지만 재정을 활용해 유권자 마음을 사는 행위는 계속됐다. 총선을 앞둔 시기 대통령의 언급은 상당한 반전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선거에 지더라도 책임 있는 재정운용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부총리가 줄곧 건전재정을 강조해 오긴 했다. 그럼에도 올해 대비 2.8% 늘어난 내년 예산안 657조원은 숫자다. 말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만 수치는 명확하다. 내년 경상성장률에 훨씬 못 미치는 긴축이다. 총선은 210여일 앞이다. 선거 앞둔 예산으론 관행을 벗어났다고 할까. 올해 세수가 지난해보다 60조원가량 덜 걷히는 '세수쇼크' 상황이다. 쓸 돈은 적은데 선거를 빌미로 더 쓰면 나라곳간은 거덜난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긴축기조를 이어왔다곤 했지만 재정건전성 지표들의 경고등은 여전히 켜져 있다. 의외인 듯한 예산안 편성 근거들이다.

반전은 고정관념을 깨는 것에서 시작한다. 치열한 시장경쟁을 하는 마케팅 현장에서 묘미는 더 잘 드러난다. '날개 없는 선풍기'가 매력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자. 내년 예산안은 기존 틀을 바꾼 사고 전환으로 보인다. 다만 "이게 뭐지, 왜, 말로만" 정도의 느낌이다. 성공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다. 우선 '여소야대' 국회 문턱이다. 선거 앞둔 마지막 국회에서 여야 막론하고 의원들은 지역구에 줄 사회간접자본(SOC) 선물을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 단초는 드러났다. 인천발 고속철도,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등 지역을 망라한 SOC 예산 증가율은 4.6%다. 국회 동의라는 최종 관문이 남았지만 벌써 전체 증가율을 웃돈다.

200조원을 넘긴 한국전력 부채 처리가 추가 반전 계기가 될지 여부도 관전포인트다. 원가 반영을 못하는 전기요금은 눈덩이처럼 부채를 키우고 있다. 하루 평균 이자만 120억원이라고 한다. 한전 부채는 재정에도 아킬레스건이다. 요금인상이 정석이다. 하지만 과연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거스를 인상 카드를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경기대응도 주목된다. '상저하고(상반기보다 하반기 경기가 나아진다)'는 정부만의 입장이다. 유가, 환율 등 대내외 불확실성은 높다. 예산안이 경기침체를 가속화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7월 생산·소비·투자의 '트리플 감소'다. '상저하저' 경기에 민심은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모든 반전이 성공 보증수표는 아니다. "선거용 매표 예산은 배격한다"는 대통령의 선언은 국민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예산 편성 때 적용한 긴축적 재정운용 원칙을 예산안 국회 처리, 전기요금 조정 등에 견지해야 한다. 경제정책에서 잣대가 움직이면 확장성은 떨어지고, 지속성도 한계에 봉착한다. 총선 앞둔 경제, 반전의 신선함을 기대해 본다.

mirror@fnnews.com 경제부 부국장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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