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칼럼] "오직 ‘인(仁)`과 ’예(禮)`만이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논어에서 배우는 인생의 지혜
동양인의 사상과 생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 유학(儒學)
"일의 성사는 하늘에 달렸지만 사람은 마땅히 해야 할 일 해야"
일상생활의 실천윤리…"자신을 닦고, 나와 다른 것 배척 말아야"
유학(儒學)은 동양의 지배계급과 지식인은 물론 서민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친 사상이다. 유학은 학문이자 가르침·종교(유교·儒敎)였으며, 일상생활의 실천윤리이기도 했다. 유교의 핵심 사상은 '인'(仁)과 '예'(禮) 두 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 전쟁과 폭력이 난무했던 중국 춘추시대, 공자는 '인'과 '예'를 통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고군분투했다.
◇ 유학의 핵심 경전 사서오경…인과 예의 개념
유가(儒家)를 창시한 분은 공자(BC 551~479)다. 맹자는 공자를 '성지시자'(聖之時者·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때 행한 사람)라고 했다. 현재 산동성 지역에 위치한 노나라 태생인 공자는 난세에 백성을 구한다는 포부를 정치에서 펼칠 기회를 찾지 못하고, 대신 수많은 제자를 키워 후세에 그 사상을 전했다. 공자는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의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때로(제때)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첫 구절처럼 평생 '학인'(學人·배움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공자의 관심사는 "만물의 근원같은 철학적 문제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질서와 제도를 만들어야 세상이 편안해질 수 있는가"(쑤치시 전 상하이사범대학 교수)라는 것이었다.
유가의 가르침을 담은 책을 경서(經書)라고 하는데 △시경 서경 역경(주역) 예기 춘추 등 오경(五經)과 △논어 맹자 대학 중용 등 사서(四書)가 있다. 대학과 중용은 예기의 한 장(章)을 독립시킨 것으로, 사서 체계는 송나라 주희(주자)에 의해 정립됐다.
공자 사상의 핵심으로 평가되는 '인'(仁)이란 무엇인가. 일본의 저명한 중국학자 가노 나오키(狩野直喜) 교수에 따르면 인은 사람 사이의 친함과, 사람을 널리 사랑함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는 것'(인, 인기인·仁, 人其人),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다. 인에는 친애(親愛·사랑)와 지성(至誠·꾸미지 않음), 구제·박시(救濟·博施·구하고 베품), 이타(利他·남을 이롭게 함)가 포함된다.
공자는 인애(仁愛)와 예악(禮樂)으로 천하의 혼란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애는 자신에게 가까운 혈육에서 시작해 주변 그리고 타인으로 '사랑'을 점차 확산해나가는 것이다. 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질서고, 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을 소통시키는 것이다. 예의 근본은 진실한 마음이다.
예악제도는 인본주의와 덕치주의의 정신이다. 사람을 근본으로 삼아 덕(德)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예로 질서를 유지하며, 음악으로 조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공자는 배움(교육)을 통해 선한 인간 본성을 함양할 수 있다고 보았다.
공자에서 증자·자사·맹자로 이어지던 유학을 국가 학술의 정파(正派)로 정한 인물은 한나라 무제때 동중서다. 하늘과 인간은 하나이며, 인간사로써 자연현상을 설명한 동중서의 '천인상응'(天人相應) 사상은 지금까지도 동양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학을 공부하는 것을 경학(經學)이라고 하는데, 경학의 계통은 동중서와 유향(서한)-정현(동한)-공영달(당)-정호(정명도)·정이(정이천)·주희(송) 등으로 이어진다. 정호와 정이는 대학과 중용을 예기에서 분리해 단행본으로 만들었으며, 주희는 형이상학적 성향이 강한 성리학을 정립했다.
◇ 유가의 인생철학
유가의 인생철학은 공자의 손자 자사가 지었다는 중용(中庸)에 담겨져 있다. 중용은 천(天)·성(性)·도(道)·중(中)·대본(大本) 등의 개념에 근거해 인간의 본성에 대한 근원을 설명한다. 중용에 따르면 사람은 하늘이 내려준 본성을 타고 났다. 이 본성을 따를때만 사람은 사람의 자격을 갖는다. 본성을 따르는 것은 사람의 도리(道)이며, 이 도리를 실천하는 것이 교육(敎)이다. 중(中)은 하늘과 사람의 본성이며, 중용은 중을 변함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군신유의·부자유친·부부유별·장유유서·붕우유신 등 군신·부자·부부·형제·벗과의 교제에서 지켜야할 다섯가지 도리(오달도·五達道)가 생겨난다.
중용에서 얘기하는 최고의 가치는 성(誠)이다. 공자는 "성실함은 하늘의 도이고, 성실하려고 하는 것은 사람의 도이다"(성자 천지도야 성지자 인지도야·誠者 天之道也 誠之者 人之道也)라고 말한다. 하늘과 공유하는 성실함은 사람이 스스로를 완성하는 근거이자 사물이 있게 하는 근거다.
중국의 작가이자 역사가인 이중톈(易中天)에 따르면 유가의 핵심적인 가치관은 인애(仁愛)·정의(正義)·자강(自彊)이다. 그는 유가의 정신을 "안되는 줄 알면서도 행하는 정신"(지기불가이위지·知其不可而爲之)라고 말한다. 안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행하는 것은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도의와 책임, 양심 때문이다. "일이 이뤄지는 것은 하늘에 달려있고,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다"(성사재천 모사재인·成事在天 謀事在人)라는 일종의 '천명론'(天命論)이다.
◇ 유가의 공부법…소학에서 대학으로
소학(小學)은 유가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책이다. 주희(주자)가 남송 순희 14년(1187)에 친구인 유청지(유자증)의 원고에 가필해 편찬했다. 내편과 외편 등 6편으로 돼있는데 충효(忠孝) 등 유교의 기본적 윤리를 담고 있다.
소학을 거친 후 배우는 과목이 대학(大學)이다. 주자는 대학을 '대인지학'(大人之學·대인이 되는 학문)이라 불렀다. 대학의 근본사상은 삼강령(三綱領)과 팔조목(八條目)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삼강령은 대학의 근본사상을 포괄한 것으로 大人(군자)의 인생 목표라고 한다면, 팔조목은 삼강령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이다.
삼강령은 △명명덕(明明德·자신의 밝은 덕성을 밝히는 것) △친민(親民·백성을 자기 몸처럼 아끼는 것) △지어지선(止於至善·지극한 선의 경지에 머무는 것)이다. 대학은 첫 구절에서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고, 백성을 자기 몸처럼 아끼며, 지극한 선에 머무르는 데 있다'고 밝히고 있다. 주자 이후의 학자들은 친민을 '신민'(新民·백성들을 새롭게 교화한다)으로 바꿔 읽었다.
팔조목은 △격물(格物·사물의 이치를 궁구함) △치지(致知·앎을 넓히고 투철하게 함) △성의(誠意·뜻을 성실하게 함) △정심(正心·마음을 바르게 함) △수신(修身·자신을 수양함) △제가(齊家·집안을 정돈함) △치국(治國·나라를 다스림) △평천하(平天下·천하를 태평하게 함)다.
유가는 '우락천하'(憂樂天下·백성과 함께 근심하고 즐거워하다)의 사상을 중시했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다른 사람에겐 너그러우라고 가르친다. 자신에게 당당하지만 나와 다른 것을 배척하지 않고, 원대한 꿈을 추구하지만 수행의 덕목을 잊지 않으며, 남과 잘 어울리지만 줏대없이 남을 따르지 않는 철학이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으며,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오직 직(直·진실한 마음)·의(義·정당한 행동)·도( 道·사회규범에 부합)만이 필요할 뿐"(맹자)이다.
"유가의 예는 가정과 사회의 종법 등급 관계를 윤리화 제도화한 것일뿐"이라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닦고 최선을 다하려는 인간의 모습은 감동을 준다. 논어에는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장면이 하나 있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을때 증점이 "늦은 봄날, 봄옷을 갖춰 입고 관(冠)을 쓴 벗 대여섯, 아이들 육칠명과 같이 기수(沂水)에서 목욕을 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을 쐬고, 노래하며 돌아오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이에 공자는 탄식하며 "나도 점(點·증점)과 같다"고 했다. 약육강식의 난세에 공자가 꿈꾸던 건 이런 소박한 소망이 이뤄지는 세상이었던 것이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 본 칼럼은 저자가 한국조폐공사 사보 '화폐와 행복 2023 9+10월호'에 게재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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