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 서열 1·2위, 위성·군수 책임자 동행… 군사협력 노골화 [김정은 방러]

김예진 2023. 9. 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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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러시아에 도착한 가운데 수행단 면면이 눈길을 끈다.

북한군 서열 1, 2위 인사 등이 포함돼 이번 방러가 처음부터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추진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미국 행정부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하는 대신 러시아로부터 군사정찰위성, 핵추진 잠수함 등 제조에 필요한 첨단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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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수행단으로 본 회담 어젠다 전망
해군사령관도 동승… 북·러 연합훈련 논의
포탄·재래식 무기 지원 방안 주요 의제로
위성 관련 간부들 보여 기술 이전 노린 듯
박훈 내각 부총리 동행 경협 논의도 관측
러 “北과 안보리 프로세스도 논의 가능”
대북제재 무력화 공조 가능성 내비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러시아에 도착한 가운데 수행단 면면이 눈길을 끈다. 북한군 서열 1, 2위 인사 등이 포함돼 이번 방러가 처음부터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추진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미국 행정부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하는 대신 러시아로부터 군사정찰위성, 핵추진 잠수함 등 제조에 필요한 첨단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이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 및 방러 수행단 출발 소식과 함께 사진을 다수 게재했다. 러시아행 열차에 오르는 김 위원장을 뒤따르는 인물로 군 서열 1위 리병철 당 비서와 군 실세로 부활한 박정천 군정지도부장, 김명식 해군사령관, 김정관 국방성 제1부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포탄 등 재래색 무기 생산과 관련 있는 조춘룡 군수공업부장도 보였다. 한·미 해상훈련에 맞서기 위한 대응책이 논의될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연해주 하산역에 내린 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오전 러시아와의 접경인 연해주 하산역에 도착해 군악대의 환영 연주가 울리는 가운데 웃음 띤 얼굴로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하산역에서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환경부 장관이 김 위원장을 영접한 뒤 환담했다고 이날 밤 늦게 보도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캡처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북한이 포탄과 기타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이 북·러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이란 추측을 낳는 대목이다.

외교 수장인 최선희 외무상과 함께 경제 분야 간부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오수용 당 비서, 박태성 당 비서, 박훈 내각 부총리다. 오수용은 과학경제 담당, 박태성은 과학교육 담당 비서이자 국가 비상설 우주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이 국가우주개발국을 세우고 우주강국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북한 정권의 핵심 과제인 정찰위성 기술 관련 협력을 위해 수행단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박훈 부총리는 경제 분야 협력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북·러 경제협력 프로젝트는 북한 외화벌이 노동자 송출이다. 북한이 코로나19로 봉쇄했던 국경을 개방하면서 기존 파견 인원이 북한으로 돌아가고 새로 노동자 송출이 이뤄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을 입은 지역 재건에 파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경제난과 인민 생활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주는 식량과 에너지난을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가 지원에 나설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북·러가 회담 테이블에 올려놓은 의제는 상당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 가능성이 크다. 무기 거래는 물론 북한의 외화벌이 노동자 고용, 경제협력 차원의 합작사업도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북한의 국방력 증진은 물론 국제적으로 공들여 온 대북 압박 제재 레짐을 붕괴시킬 결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러시아는 대북 제재 불이행은 물론 대북 제재가 불법이라고 주장해 온 북한 주장에 힘을 싣는 언급까지 내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안보리에서의 사안에 대한 프로세스도 논의 주제가 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북한 친구들과 이 주제에 대해 논의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스푸트니크통신이 보도했다. 논의할 사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안보리 대북 제재가 불법이라고 주장해 온 북한과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공조하려는 의사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 측 발언에 대해 “외교에 있어서는 프로파간다(선전)도 있기 때문에 실제 어떻게 진행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어떤 유엔 회원국도 불법 무기 거래를 포함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 협력은 더더욱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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