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미술관형 수장고’ 2028년 첫 선…세계적 건축가 유튜브 PT
서초구는 공연장 기부채납받아 운영
세계적 건축가 참여 설계 공모…유튜브 중계
모든 소장품을 시민과 공유할 수 있는 ‘보이는 미술관형 수장고’가 오는 2028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첫 선을 보인다. 보유한 모든 소장품과 미술품의 복원 과정까지 전부 공개하는 국내 최초의 사례다. 수장고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12일 서초구 옛 정보사령부 부지에 2028년까지 ‘보이는 수장고’를 건립한다고 밝혔다. 주요국들이 뮤지엄 운영 방식을 관리·수집에서 시민과 소통하는 개방·활용으로 바꾸어나가는 추세를 반영했다.
서울시의 보이는 수장고 계획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개방형 수장고 ‘디포 보이만스 판 뵈닝언(Depot Boijmans Van Beuningen)’과 유사하다. 이 수장고에서는 보이만스 판 뵈닝언 컬렉션이 소장한 15만점 이상의 작품을 수장·관리한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10월 유럽 출장 당시 이곳을 둘러보면서 개방성과 접근성에 큰 영감을 얻어 귀국 후 보이는 수장고 건립 검토를 시작했다.
보이는 수장고가 문을 열면 관람객은 공예·조각·회화·고고(考古) 등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서울시 대표 소장품 약 10만점을 더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서울시는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공예박물관, 한성백제박물관 등 산하 박물관·미술관이 소장한 자료 중 학술적·심미적 가치가 높지만 미처 선보이지 못했던 우수한 문화예술 자원을 적극 공개할 방침이다.
서울시가 보유한 문화예술자원은 약 45만점이다. 이 가운데 전시·공개되는 비율은 약 5%에 그친다. 폐쇄 수장고에 보관된 95%의 소장자료는 일부 연구자·관계자에게만 허용될 뿐 일반 관람객은 거의 접근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서울시는 보이는 수장고에 유리창과 가이드투어를 도입하고, 다양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체 소장품의 공개율을 30%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소장품 배치도 관람객의 시선과 동선을 고려해서 한다. 소장품의 보존처리와 분석을 담당하는 보존처리 공간도 시민에게 개방한다. 별도의 동선을 마련해 일반 관람객은 물론 미래의 박물관인과 보존과학자를 꿈꾸는 인재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서울시 보이는 수장고는 민간이 주도하는 ‘서리풀 특별계획구역 개발사업’ 시행자가 토지에 건축물을 지어 기부채납받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서리풀 특별계획구역은 서초구 서초동 1005-6번지 일대 9만7275.2㎡ 면적의 부지를 업무·판매시설 용도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보이는 수장고는 이 중 5800㎡ 면적의 부지에 연면적 1만9500㎡ 규모로 조성된다.
엠디엠그룹·신한은행·이지스자산운용으로 구성된 시행자 SBC PFV와 서울시, 서초구는 이날 보이는 수장고 조성 협약을 맺었다. 조성비(공공기여비)는 공사비 약 1000억원, 설계비 약 65억원 등 총 1260억원이다.
서울시는 보이는 수장고를 정형화된 미술관 모습에서 벗어난 랜드마크로 건립하기 위해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들을 포함한 국내외 유수 건축가 7명을 초청해 설계 공모를 진행한다.
참여하는 해외 건축가는 런던 밀레니엄 브릿지·런던 시청, 애플 파크와 전 세계 애플 스토어를 설계한 포스터앤파트너스(영국·프리츠커상), 런던 테이트모던·뮌헨 알리안츠 아레나를 설계한 헤르조그드뫼롱(스위스·프리츠커상), 디포 보이만스 판 뵈닝언을 설계한 MVRDV(네덜란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와 유엔 시티(UN City)를 설계한 3XN(덴마크) 등이다.
국내 건축가는 부띠끄 모나코와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을 설계한 조민석, 클리오 사옥으로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은 임재용,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으로 유명한 2016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자 유현준이 참여한다.
설계공모 심사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프레젠테이션(PT) 방식으로 진행한다. 12월 심사를 거쳐 연내 설계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공개 PT 행사는 유튜브로도 생중계할 계획이다.
설계공모 심사위원은 김성홍 서울시립대 교수, 손진 이손건축 대표, 민성진 SKM건축 대표, 그레이스 라 하버드대 교수(건축학과장), 스페인 건축가 페르난도 메니스 EUC 교수 등 5명이다. 존 홍 서울대 교수는 예비 심사위원이다.
심사위원단은 보이는 수장고 설계 공모에 참여하는 건축가들에게 ▲미술관형 수장고의 미래비전은 무엇이며 설계안은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 ▲제출된 계획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가? ▲대상지의 기후조건에 대응한 기술적·환경적 혁신을 특히 외관에 어떻게 적용하였는가? ▲혁신적인 전시와 수장을 위한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참여자들은 설계안에서 이 질문들에 답해야 한다.
보이는 수장고 외에 서초구는 공연장 ‘서리풀 사운드’(가칭)를 기부채납받아 운영한다. 공연장 연면적은 1만7406㎡ 규모다. 공연장은 서리풀에서 퍼져나가는 문화·음악적 파장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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