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원전 계획에 “원전 르네상스” 들썩…건설비용-방폐장 마련은 숙제[세종팀의 정책워치]

세종=김형민 기자 2023. 9. 1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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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7월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해 열린 비상경제장관 회의에서 “정권교체 1년 지났는데, 원전업계가 아직도 빈사상태”라며 원전 주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를 강도 높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일주일만인 같은 달 10일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제29차 에너지위원회에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본래 예정보다 6개월 앞당겨 수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장관은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적기 대응하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력 공급을 할 수 있도록 대응 전략을 마련하겠다”라며 “원전, 수소 등 새로운 공급 여력 확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2015년 7차 전기본에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획이 담긴 지 9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나온 셈입니다.

현재 청문회를 앞둔 방문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도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사전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전력수요 대비 발전설비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신규원전 건설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하며 신규원전 건설 추진에 힘을 보탰습니다.

●늘어나는 전력수요, 대안으로 떠오른 신규원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2일 경남 창원 성산구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찾아 원전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공식화되자마자 원전 업계는 즉각 들썩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기간 탈원전 정책으로 침체 늪에 빠졌던 원전 업계는 신규원전 계획이 원전 산업의 부흥기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신규원전 건설 검토가 처음 발표된 다음 날(7월 11일)에 원전 관련 주가는 6~30%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대전에 있는 한 원전 관련 중소기업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백지화된 천지 1·2호기, 강원 삼척 대진 1·2호기의 부활이라고 봐야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정부가 신규원전 건설을 검토하기로 한 건 갈수록 늘어나는 전력 수요 때문입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고 갈수록 늘어나는 데이터 센터 역시 많은 전력이 있어야 합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용인에 조성되는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하루 최대 10GW의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당진 화력 발전소 10기(6GW)의 발전용량을 전부 합쳐도 모자라는 규모입니다.

정부는 올해 1월 발표한 10차 전기본에서 2036년까지 필요한 전력 설비 용량을 143.9GW(기가와트)로 전망했습니다. 이를 위해 새로 지어야 할 신규설비 규모는 1.7GW입니다. 신한울 원전 한 기 정도의 발전설비가 필요한 것입니다. 산업부는 당시 “신규 설비 발전원은 기술개발, 사회적 수용성 등을 고려해 차기(11차) 전기본에서 결정할 계획이다”고 했습니다. 신규원전 건설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아예 하지 않는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원전은 적합한 발전원으로 평가됩니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에 따르면 발전원별 kWh(킬로와트시)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원전 5.1~6.4g, 수력 6~14g, 육상풍력 7.8~16g, 태양광 8~83g, 해상풍력 12~23g으로 원전이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합니다.

특히 원전의 kWh당 발전 단가는 다른 발전원 중 가장 저렴합니다. 한전이 사들이는 kWh당 발전원별 구매단가는 올해 1~6월 기준 원전 38.97원, 유연탄 142.94원, 액화천연가스(LNG) 191.99원, 신재생 등 대체에너지 162.16원입니다.

●원전 건설에만 20년…걸음도 못 뗀 방폐장

경북 울진군 한울원자력본부 신한울 1·2호기 전경.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이렇게 장점이 많은 원전도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원전의 건설 기간과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많이 듭니다. 현재 한국형 원전인 APR 1400 원전 1기 건설비용은 5조~6조 원으로 추산됩니다. 이마저도 물가상승률에 따라 갈수록 비용이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건설 기간도 20년 안팎이 걸립니다.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2008년 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건설 계획이 처음 담겼고 준공 예정이 2032과 2033년입니다. 계획 확정부터 준공까지 24~25년이 걸리는 셈입니다. 준공 과정에서 원전이 들어설 인근 주민의 민원과 각종 안전 관련 인허가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죠.

더욱이 최근 화두로 떠오른 방사성 폐기물 영구처분시설(방폐장)의 건립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원전을 운영하면 반드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영구히 처분할 방폐장을 한국은 단 한 군데도 조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원전의 방사성 폐기물은 원전 부지 내부 습식 저장시설에 보관 중입니다. 말 그대로 임시 보관 중인데, 당장 5년 뒤인 2028년부터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되기 시작해 원전 운영을 중단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방폐장 건설이 아닌 신규원전을 추가로 짓는 것을 두고 폐기물만 더 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발전 단가가 가장 저렴한 원전과 신재생을 같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신규원전을 위해서는 주민 수용성과 건설비용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산업부는 일단 향후 필요한 전력 수요를 논리적으로 계산한 뒤 원전을 포함한 신규 발전원의 건설 계획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규 원전 도입을 포함해 신규 발전원을 도입하는 전제는 향후 필요한 전력이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한 계산”이라며 “11차 전기본에 향후 필요 전력과 신규 발전원이 무엇이 될지도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말에 나올 11차 전기본에 따라 신규 원전의 운명도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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