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내내 맞았어요”…학교 가는 게 두려운 학생들
[앵커]
지난 4월 충남 태안에서 10대 중학생 세 명이 무려 일곱 시간 동안이나 동급생을 폭행했습니다.
더 잔인한 건 이 장면을 촬영해서 온라인에 올렸다는 겁니다.
2017년 부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여중생들이 또래를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렸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온라인에 올린거죠.
폭력을 당한 것도 억울한데, 이렇게 사이버 공간에까지 퍼진다면 피해자는 정말 어떤 심정일까요.
그런데 피해 학생의 98퍼센트, 사실상 거의 전부가 이런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교 폭력의 형태가 이렇게 교묘하게 변화하면서, 등교를 두려워하거나 자살 충동을 느끼는 비율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김화영 기잡니다.
[리포트]
초등학교 6학년 당시, 김수연 씨에게 학교는 공포의 공간이었습니다.
당시 겪은 학교폭력의 기억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결코 지워지지 않습니다.
[김수연/가명/학교폭력 피해자/음성변조 : "멱살을 잡거나 머리채를 잡고 벽에 세워놓고 배를 발로 차인 적도 있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제 몸을 붙잡고..."]
학교 선생님을 포함해 누구도 도와주지 않을 때, 김 씨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스스로를 포기하는 일 뿐이었습니다.
[김수연/가명/학교폭력 피해자/음성변조 : "결국 등교를 하지 못하는 날이 늘어나 저는 자퇴를 고민해야 했고, 여러 번의 자살 시도와 자해로 제 상황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단체의 설문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자 10명 중 7명이 김 씨처럼 '학교 가는 것이 두렵다'고 답했습니다.
학교폭력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생각을 해봤다는 학생도 1년 전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최근 급증한 메신저나 SNS를 통한 '사이버 폭력'은 피해자 대부분이 경험해봤다고 응답할 정도입니다.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음성변조 : "왕따를 시키는데 애들만의 신호, 은어를 만들었더라고요. '포켓몬 놀이 하자' 이렇게 하면 다른 단톡방에서 저희 아이를 두고 안 좋은 이야기를 막 하는 거고..."]
지난해 학교폭력 피해자가 지원 기관을 찾은 사례는 서울에서만 1,500건.
하지만 전국적으로 이런 피해자들을 돕는 전담 기관은 불과 4곳뿐입니다.
[최선희/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 : "공공, 또 민간,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피해 학생 전문 기관이 운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모델 개발, 그리고 이에 대한 행정, 재정,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지난 6월 국가 차원의 지원 기관 설립을 예고했지만, 빨라도 3년 뒤에나 문을 열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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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기자 (hwa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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