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반도체·배터리 생존전략…"마더 팩토리로 주도권 강화해야"
한·미 재계가 '마더팩토리(Mother Factory)'를 확대해 글로벌 반도체·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산과 설계, 연구개발(R&D)을 통합한 마더 팩토리를 자국에 구축하고, 주요 생산시설을 해외에 두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제조 경쟁력과 미국의 원천기술을 활용해 긴밀한 상호보완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 인재 확보와 기술유출 방지 효과도 논의됐다.
양국 재계는 반도체·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전 8시부터 3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컨퍼런스에선 주요 참석자들이 행사를 마칠때 까지 자리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은 "올해는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해"라며 "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동맹의 의미도 상당히 깊다"고 말했다.
온라인 실시간 화상통화로 진행된 기조발제는 미국 의회조사국의 마크 맨인, 캐런 서터 선임연구위원이 각각 진행했다. 맨인 연구위원은 동남아시아 정세가 급변하면서 한국의 안보·산업 전략에도 변화가 있다고 진단했다. 서터 연구위원은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반도체법(Chips Act) 등은 중국 규제 뿐만 아니라, 동맹국을 보호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기조발표에 이어 진행된 질의응답에선 미국의 규제로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캐런 연구위원은 "미국 상부무가 한국 기업에 여러 조건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캐런 연구위원은 미국으로 진출한 한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를 묻는 질문에 "현재로선 미국 재부무의 답이 없다"고 답했다.
반도체 분야에선 삼성·SK 등 주요 칩메이커(제조기업)와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국내에 유치 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갔다. 특히 메모리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전력 반도체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는 EUV(극자외선) 장비 등이 필수적이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은 칩메이커만으론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도 용인에 마련될 예정인 첨단 반도체 클라스터(산업단지)가 완공되면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리 관련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2033년 용인 반도체 클라스터가 완공되면 전세계 웨이퍼(반도체 기판) 생산량의 3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춘환 SK하이닉스 부사장(청주공장담당)은 "미국 장비업체의 한국 현지화가 매우 중요하다"며 "기술개발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고 있는데, 공급망 구축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미국 소재업체와 협업해 만든 대표사례로 손꼽았다. 그는 "한국의 생산, 미국의 기술력을 협업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배터리 산업에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미 협업과 마더 팩토리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냉정하게 바라봤을때 아직 한국과 미국의 배터리 기술력이 중국을 앞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기술협력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 산업분야인 LFP(리튬인산철) 등에선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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