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기후동행 교통카드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있는 스웨덴에선 기후변화에 영향이 큰 비행기 여행을 ‘수치스러운 일’로 여기는 ‘플뤼그스캄(Flygskam)’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항공편 대신 철도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자부심을 느낀다는 뜻의 ‘탁쉬크리트(Tagskryt)’라는 말도 있다.
이 운동이 지지를 받는 것은 비행기가 탄소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1㎞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비행기 285g, 자동차 158g, 기차는 14g이다. 그럼에도 저렴한 가격과 짧은 이동 시간 때문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차보다 비행기 여행을 선호한다. 지난 7월 그린피스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유럽에서 같은 노선을 비교했을 때 기차 요금이 비행기보다 평균 2배 비쌌다. 불편함을 감수한다고 해도, 개인의 선의만으론 한계가 있단 얘기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대중교통 지원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전적 부담을 줄여 비행기나 자동차 대신 기차·버스 등을 이용하는 인구를 늘리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기후티켓(Climate Ticket)’을 도입하고 있다. 독일은 전국 어디서든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도이칠란트 티켓(D-Ticket)’을 지난 5월부터 판매 중이다. 한 달 이용권이 49유로(약 7만원)다. 프랑스 파리는 월 72.9유로 정기권을, 오스트리아는 연 1095유로 ‘기후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도 기후티켓이 등장했다. 서울시가 내년에 ‘기후동행카드’를 도입하겠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 한 달 6만5000원으로 서울 시내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이득은 각자 따져볼 일이지만 기후동행카드 도입은 반가운 소식이다. 부정적 평가도 있긴 하다. ‘3만원 프리패스’ 방안을 내놨던 정의당은 할인폭이 너무 작다고 비판했다. 서울에서만 쓸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랴. 기왕에 할 거면 서울시가 인근 지자체들과의 연계도 고려해봤으면 한다. 독일처럼 ‘자유이용권’ 하나로 전국을 누빌 수 있는 기후티켓이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뻔한 상상력만으론 기후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누가 아는가. 언젠가 한국도 비행기를 타고 휴가를 다녀왔다는 말을 꺼내기 부끄러운 사회가 될지 말이다.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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