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발목에 14년 표류한 '실손보험 간소화'…법사위 앞두고 막판 진통
(서울=뉴스1) 박재찬 기자 = 보험업계의 숙원사업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오는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번에는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는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4년간 보험업계와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왔다.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뜨거운 찬반 논란은 법안 통과를 앞두고 시민단체까지 번진 모양새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은 법안이 대국민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는 민생법안이라는 점에서 신속한 법사위 및 국회 본회의 통과에 힘써주기 바란다는 입장이다. 한편,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건강보험을 약화시키고 민간 보험사들을 강화하고 지원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정부 측에선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출석해 법안 내용을 설명할 계획이다.
실손보험은 의료비 가운데 국민건강보험이 부담하는 급여 항목을 제외한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상품으로 사보험이지만 공보험인 건강보험이 책임지지 못하는 영역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가입자만 4000만명에 육박한다. 그동안 보험금 신청서, 진료비 영수증, 진단서 등 종이 서류를 발급받아 우편 또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출해야 해 절차가 번거로워 가입자들의 불만이 쌓여왔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병원이 환자 진료내역 등을 전자문서 형태로 중개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보내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보험금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했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관련 법안은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가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를 개선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와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통과를 두고 팽팽히 맞섰다. 보험업계는 국민보험인 실손보험의 청구 간소화는 소비자 편익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실손청구 간소화는 소비자 편의성 증진이라는 당위성을 갖추고 의료계의 우려도 대부분 해소한 덕분에 지난 6월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현재는 법사위와 본회의 의결만 남았다.
의료계와 보험업계의 팽팽한 찬반 논쟁은 시민단체간 '대리전'으로 비화됐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은 의료계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를 즉각 멈추고, 소비자들의 편리한 실손 보험금 청구를 위해 대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국민적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단지 종이서류가 전자문서로 바뀐다고 해서 보험금 지급, 다른 보험가입 거절, 개인정보유출 우려가 커진다는 의료계의 근거없는 주장은 더 이상 국민들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은 “법사위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에 대한 신속한 법사위 및 국회 본회의 통과에 힘써주기를 바란다”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대국민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는 민생법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수요자 관점에서 서비스를 개선한 대표적 사례로 회자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 11일 ‘환자 의료정보 전자전송법 국회 법사위 처리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민간 보험사들이 건강관리서비스를 계속 확장해 건강보험의 영역을 침범하려 하며 국민들의 모든 의료정보를 통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이윤을 내기 위한 법안이라고 반발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국회가 건강보험을 약화시키고 민간 보험사들을 강화하고 지원하는 악법을 통과시키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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