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시아전략은 철저히 인태중심…中 매력 떨어졌다

진영태 기자(zin@mk.co.kr),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3. 9. 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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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그리는 新세계질서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
"美, 20년간 中 발전 도왔지만
민주주의·자유 증진 한계 확인
韓 등 인태국과 협력 중요해져"
美대선 바이든 근소한 勝 예상
"트럼프 당선은 곧 과거로 회귀"

◆ 세계지식포럼 ◆

12일 세계지식포럼 '미국이 그리는 세계질서' 세션에서 조 바이든 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던 론 클레인 전 실장이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한주형 기자

"2000년대 서구권 지도자들은 무역 성장으로 중국의 민주주의가 증진될 것이라고 봤지만 그 반대였다. 40년간 빠르게 성장한 중국은 이제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자유가 없다면 수익은 줄고 위험해질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30년지기 복심으로 불리는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정책 우선순위가 달라졌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으로 '중국 매력도 하락'을 꼽았다. 12일 서울 중구 장충아레나에서 열린 제24회 세계지식포럼 '미국이 그리는 새로운 세계질서: 론 클레인과의 대화' 세션에 등장한 클레인 전 실장은 "미국은 아시아에서 과거 무역과 대중관계에 집중했지만 이제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우선순위가 달라졌다"며 "한국과 같은 아시아의 발전된 국가들과 협력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과거 아웃소싱과 생산지를 해외로 옮기는 정책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미국과 미국 중산층에 도움이 안 됐고, 또 팬데믹은 미국 공급망에도 충격을 줬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클레인 전 실장은 "20년 전 미국은 중국의 교역을 늘리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중국에 자유시민사회 발전과 인권 개선에 도움을 주려 했다"며 "그러나 중국은 경제에서 수익을 냈지만 자유는 증진되지 않았고, 중국에서의 기업 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민주주의나 자유에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클레인 전 실장은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중점에 두고 아시아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인도·태평양을 중심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중국에 투자하지 않고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도 미국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중국의 자체적인 매력도가 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는 강경한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한미관계는 호혜적인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클레인 전 실장은 "한국과 일본, 호주, 인도 등 인도·태평양 주변국과 협력하는 것은 반중국 정책이 아니며 민주국가를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미국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미국은 경제와 안보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일본과 협력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SK, 한화 등이 1000억달러 이상을 미국에 투자했고, 미국에서는 넷플릭스 등이 700억달러 이상을 한국에 투자한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억제력을 강화하고, 한국이 우크라이나 공조에 참여하는 점도 높게 샀다.

내년에 열리는 미국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확신했다. 미국 내부적으로나 세계적으로도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클레인 전 실장은 "2024년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며 "지난해 한국 대선도 0.7% 차이에 불과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정부는 계속 미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내고 있고 반도체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이 성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견제하는 주장도 내놨다. 클레인 전 실장은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와 함께하지만,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과 가깝고 김정은에게 연서도 보냈다"며 "(트럼프가 당선되면) 과거로 회귀할 것이기에 국제사회에서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션 좌장을 맡은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고려대 교수)은 "국제질서가 위협받는 가운데 한국은 미국과의 강력한 연대에 이어 이를 확대해 일본, 인도·태평양 국가와 협력하게 됐다"며 "국제사회에서 다른 국가들이 볼 수 있는 롤모델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미·중 패권 경쟁과 무역의 미래' 세션에서는 국가 간 패권·보호무역주의를 완화하고, 다자주의·무역효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피터 숏 예일대 교수는 "세계화의 기조가 가까운 시일 내 복원되기는 어렵겠지만 대화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패자가 될 것"이라며 "공급망 복원, 회복력의 관건은 결국 다자주의"라고 설명했다.

로버트 쿱먼 아메리칸대 교수는 "WTO가 투명하고 복원력 있는 무역 규칙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WTO가 무역분쟁 해결 기능에 신뢰도를 높여 팬데믹 이후 교역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영태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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