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다 허리 부러져"… ECB 이번주 금리 동결에 힘실려
고금리 장기화로 돈 가뭄
경기침체 징후 뚜렷해져
이번 동결땐 사실상 종료
매파는 "마지막 인상 강행"
◆ 가난해지는 유럽 ◆
유럽 각국의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지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14일(현지시간) 금리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1일 블룸버그는 파생상품 시장에서 이달 ECB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확률이 35%에 불과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로존 기업들의 활동 둔화와 독일 산업생산 감소, 2분기 유로존 성장률 하향 조정 등 경기 침체 신호가 잇따라 포착되자 ECB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내다본 것이다.
앞서 ECB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9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 4.25%까지 높였다. 다만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징후가 확산되면서 ECB가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할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피터 샤프릭 RBC 캐피털 마켓의 글로벌 거시경제전략가는 "최근 성장률 전망치가 실망스러운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ECB가 내리는 금리 동결 결정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 내 여러 위원도 '비둘기파'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ECB 위원 중 한 명인 마리오 센테노 포르투갈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몇 주 동안 유로존 경제 전망이 악화되면서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것'의 위험이 '중대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냐치오 비스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도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는 수준에 가까워졌다"며 금리 동결론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8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5.3%로 ECB 목표치인 2%를 여전히 상회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유가 상승과 유로화 약세로 수입 비용이 오르고 있으며 임금이 빠르게 인상되면서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 기업의 물가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ECB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분기 유로존의 직원 1인당 임금은 연간 5.5% 상승해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이에 오는 14일 금리 인상이 결정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클라스 크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 6일 "시장이 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아마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점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카스텐 브르제스키 ING 거시경제 연구원은 "현재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하면 사실상 전면 중지하는 것으로 여겨질 위험이 높기 때문에 ECB 매파는 오는 14일 마지막 금리 인상을 강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레데리크 두크로제 픽텟 웰스 매니지먼트 거시경제 연구책임자는 "9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금리 인상 시기가 닫힐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가 14일 금리 인상과 동결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하든 지난해 7월 긴축에 돌입한 이후 가장 어려운 결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ECB 인사들은 지난 7월 이미 성장세 둔화와 인플레이션 지속, 즉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시작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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