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 감독 "8년전 캐스팅한 박은빈, 너무 유명해져... 특별출연으로 바꿔" [인터뷰M]

김경희 2023. 9. 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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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영화사의 역사적인 영화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로 멜로, 첩보, 전쟁 장르까지 섭렵한 강제규 감독이 신작 '1947 보스톤'으로 돌아왔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영화 '마이웨이'에서 마라토너를 꿈꾸는 주인공을 설정하면서 언젠가 꼭 마라톤 영화를 만들겠다 다짐했다는 강제규 감독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1947 보스톤'의 시나리오였다고.

대학 시절 '불의 전차'라는 영화를 보고 영화의 꿈을 꿨다는 강 감독은 달리기의 미학에 매료되었다며 "그랬기에 자연스럽게 손기정 선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마이웨이'의 배경과 손기정 선수의 시대가 비슷하게 이어지는 시기였다. 흙수저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항거가 달리기이지 않았을까"라는 말로 이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이어진 관심사의 발전을 설명했다.

실화 영화이면서도 스포츠 영화이기도 한 '1947 보스톤'에 대해 강 감독은 "손기정, 서윤복, 남승룡의 세 분 선생님의 이야기다 보니 특정인에 치우치지 않고 이들을 한 팀으로 그려내려는 게 연출의 주안점"이었다고 밝히며 또한 마라톤의 리얼리티를 가져가는 것에 가장 신경을 썼음을 밝혔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은 그냥 경기 중계만 보더라도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낀다. 그런데 이걸 극화를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고민이 많았다고. 관객들이 함께 달린다고 생각이 되도록 시각적인 비주얼도 제시하며 전체 경기를 30분 정도에 압축해서 보여줄 수 있게끔 마라토너의 전략과 작전, 선수간의 갈등, 레이스의 변형 등을 단조롭지 않게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이런 고민의 가장 앞에서 대표적인 비주얼로 움직이는 게 서윤복 선수인 만큼 배우 임시완에게 체형, 체력 조건, 자세 등을 철저하게 요구했다고. "자신과의 경쟁을 통해 결과에 도달하는 스포츠, 100m를 20초의 스코어로 계속 달려야 나올 수 있는 기록이라는 본질을 이해하고 달려야 한다는 기본적인 정신을 가장 많이 강조했다."며 임시완에게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던 부분을 알렸다.

하정우, 임시완을 캐스팅했던 이유에 대해 강 감독은 "실제 인물과의 일치율 때문"이라고 밝혔다. 늘 마라톤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기에 손기정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의 데이터가 머릿속에 있었다는 강 감독은 "그분의 성품, 걸음걸이, 말투, 행동이 딱 하정우였다. 덩치도 비슷하고 타고난 외적 조건이 굉장히 일치했다. 그래서 하정우를 손기정으로 캐스팅했다."며 실제 인물과의 싱크로가 굉장히 높았음을 알렸다.

임시완의 경우는 드라마 '미생'과 영화 '불한당'을 보면서 매력을 느껴서라고. "이 놈 봐라~ 대단한 친군데? 이런 작은 체구에서 저런 당참과 성실함이 나온다고? 이렇게 눈여겨봤던 배우였다."라며 임시완에 대해 평소 느꼈던 점을 이야기하며 "서윤복은 투지나 강단이 있었지만 권력이나 돈에 욕심이 없는 선비 같은 성품을 갖고 계셨다. 그분과 임시완의 성품이 비슷해서 굉장히 만족했다."며 임시완의 캐스팅을 이야기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극 중에는 박은빈이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한다. "아는 소속사 대표와 이야기하면서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글이 좋다며 소속 배우에게 추천을 해줬는데 그게 박은빈이었다. 8년 전에는 박은빈을 잘 몰랐는데 이렇게 뜰 줄 몰랐다.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특별출연으로 이름도 바꿨다."라며 박은빈을 캐스팅하게 된 비하인드도 전했다.

실제 보스턴 마라톤 대회의 코스와 비슷한 로케이션을 찾아 호주에서 촬영했다는 강 감독은 "촬영 특성상 달리는 장면을 정말 많이 찍었고 배우들이 무한정으로 뛰었다. 다른 장소보다 '하트 브레이크' 언덕에서의 촬영 때 제일 배우들에게 미안했다. 한 여름의 더운 날씨에 경사도 높았고 해외 촬영이라 일정도 타이트했는데 그렇게 리테이크를 가고 반복하는데도 아무도 군말 한마디 안 하고 달리더라. 그때 임시완이 진짜 서윤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트 브레이크'라는 장소가 승부수를 던지는 장소인데 거기서 가장 서윤복 다운 레이스를 보여준 것 같았다."라며 체력의 한계를 넘어서며 연기를 해준 배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영화사에 기록될 영화를 만들었던 강제규 감독은 "한국 영화의 명암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저는 한국 영화가 당당해질 수 있기 위해 뭔가 도전해야 했을 때 운 좋게도 하나씩 결과로 만들어지는 영화를 했었다. 이후에 후배들이 일취월장하여 지금의 한국영화를 이뤄냈다. 늘 파도처럼 좋을 때가 있으면 어려울 때도 있다. 지금은 어려운 때이고 위기 상황이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시간"이라며 자신의 성공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겸손한 말을 했다.

지금의 어려운 한국영화의 상황에 대해 "관객의 허들이 높아졌지만 그렇다고 극장을 안 찾는 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며 "결국 팝콘 들고 와서 못 먹고 나가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 정도로 몰입해서 2시간을 송두리째 숨 쉴 틈 없이 빠져드는 영화를 만드는 것 만이 살길이다."며 위기를 극복할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1947년 최초의 태극마크를 달고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손기정' 감독과 '서윤복' 선수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1947 보스톤'은 9월 27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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