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폭주에 티타늄 위기, 엔진리콜까지 겹쳤다...보잉과 에어버스 “새 항공기 공급 차질 2024년까지 계속될 것”

장윤서 기자 2023. 9. 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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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737맥스 항공기가 2019년 3월 미국 워싱턴주 렌튼의 보잉 공장에 주기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주(州) 랜턴에서 시험 비행을 준비 중인 보잉 737 맥스 여객기 근처에 노동자들이 서 있다./조선DB

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을 과점하는 양대 항공기 제조사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가 인력난, 원자재·부품 조달 어려움으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항공기 제작이 지연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올해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카항공, 에어인디아 등 민간 항공사들이 수백건에 달하는 항공기를 발주하는 상황에서 공급망 제약으로 인해 주문량에 비해 적은 항공기를 인도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보잉은 2024년까지 월평균 65대 항공기, 에어버스는 2025년까지 월평균 75대 항공기를 제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인 프랫앤드휘트니는 2025~2026년까지 공급망이 완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규 항공기 공급 부족 사태에 요인 중 하나는 항공 수요의 급증 여파로 인한 항공사들의 항공기 제작 주문이 한꺼번에 몰린 상황이 꼽힌다. 보잉, 에어버스 등 양대 항공기 제조사들은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가 올해 수주한 항공기 대수가 총 1429대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전체 수주량인 1377대를 이미 넘어섰다. 이는 2011년 이후 최대 기록을 세웠다고 항공 리서치 업체 에이전시파트너스가 밝혔다. 투자회사 제프리는 1만2720대의 항공기 주문이 밀려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글로벌 공급난이 지속되면서 보잉과 에어버스 항공기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뉴욕에서 열린 투자은행 번스타인 주최 컨퍼런스에 참석한 데이비드 칼훈 보잉 CEO는 “보잉의 경우 일부 공급망 개선이 보이고 있으나, 공급망 문제 해결의 진전이 절망스러울 정도로 더디다”면서 “최소 5년은 더 지나야 공급 이슈가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욤 포리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도 2024년까지는 항공기 공급망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공기 제작업체들의 납기 지연 현상 이면에는 핵심 재료 공급망 난항도 자리잡고 있다. 비행기의 동체는 알루미늄, 티타늄 같은 특수 합금 재질이 사용되는데 난기류, 번개, 극저온 등 각종 악천후에도 끄떡없는 내구성도 갖춰야 한다. 항공기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만 6만3000개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항공우주산업의 핵심 재료인 티타늄의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 제재로 공급 제한을 받았다. 티타늄은 무게가 가볍지만 강도는 우수해 항공기 동체나 터빈의 날개, 국제 우주정거장, 인공 위성 등 주요 소재로 활용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C) 자료를 보면 티타늄 매장량은 중국, 일본에 이어 러시아가 3위로, 전세계 티타늄 공급망 점유율의 약 13%를 차지한다.

특히 각종 전략물자의 원재료가 되는 티타늄스펀지 생산량은 러시아가 22%를 점유하고 있다. 보잉 787 무게의 약 15%에 티타늄이 쓰인다. 보잉 787 한 대에 19톤t이상의 티타늄이 들어가는 셈이다.

항공기 부품에 사용되는 티타늄 제품은 러시아의 브슴포 아비스마(VSMPO Avisma)가 최대 생산업체다. 생산능력은 연간 3만4000t에 이른다. 이 러시아 업체는 보잉사의 핵심 티타늄 공급 업체로 전해졌다. 글로벌 항공기 제작업체들도 대체 공급망 확보에 나서야 했다. 지난해 3월부터 보잉은 러시아산 티타늄 구매를 중단했다고 밝히면서, 다른 공급처를 찾았다. 하지만 이 마저도 제한적인 공급량이다.

한편에선 항공기 엔진결함에 따른 운행중단 항공기 증가도 공급 부족을 유발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떠올랐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 방산업체 RTX는 민항기 엔진을 제작하는 계열사 프랫의 GTF(Geared Turbo Fan) 엔진에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향후 3년간 점검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RTX는 에어버스 ‘A320 네오’ 기종에 적용된 600~700대의 GTF 엔진에 대한 점검 작업을 2026년까지 벌일 계획이다.

실제 지난 9월 11일 싱가포르에 착륙하던 중 에어차이나의 A320 신형 비행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는 엔진 결함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에어차이나는 에어버스 A320 네오에 탑승한 승객 146명과 승무원 9명이 착륙 직전 기내 내부에 연기가 퍼지기 시작한 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긴급 대피했다고 밝혔다. 사고 항공기는 에어버스 톈진 공장에서 조립됐다. 이 항공기에는 프랫앤드휘트니가 제조한 2개의 엔진이 장착돼 있다. 중국에서는 에어차이나, 중국남방항공 등 총 11개 항공사가 현재 이 엔진을 장착한 항공기를 200대 이상 운영하고 있다.

이 문제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 다른 항공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말부터 2021년 중반 사이에 생산된 프랫앤드휘트니 엔진만 1200기에 달한다. 유럽 최대 저비용 항공사인 헝가리의 위즈항공은 엔진 문제로 내년 하반기 운항능력이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프랫앤드휘트니는 현재 엔진 리콜을 현재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항공기 생산 속도를 높이려는 에어버스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어버스는 올해 720대의 상업용 항공기를 제작해 항공사로 인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에어버스 A320 네오 기종에 들어가는 엔진 중 프랫앤드휘트니 엔진은 40% 정도라는 점에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항공기 제조 업계는 당분간 민간 여객기 공급망 문제가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보잉 관계자는 “공급망 전체의 영역을 보면 분명히 진전은 있었지만, 현재 공급망의 이슈들은 2024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 세계 공급망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공급 급증량에 대비한 내부 제조 시설 확대와 특정 부품의 재고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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