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만 보이는 요즘 증시…'1일 2테마주' 변덕 심한 날도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2023. 9. 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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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 부진 박스피장세 지속
테마주 쏠림현상 한층 심해져
이달 개인 거래비중 70% 넘어
기관은 10%, 외국인 18% 그쳐
중소형주 위주 단타거래 극심
초전도체·맥신 … 계속 갈아타

증시를 이끄는 대형주 주가가 지지부진한 박스피 시장에 갇히면서 테마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인 예탁금과 신용융자 잔액은 올해 증시 최고점을 찍었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이 유지되면서 갈 곳 없는 돈이 테마주에 몰린 탓이다. 특히 기관과 외국인의 신규 유동성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개인들이 테마주로 몰려가면서 증시 거래대금 중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달 들어 70%를 넘어 올해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 주도권이 중소형주 플레이를 하는 개인들에게 가고 있는 것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개인투자자 비중은 71.9%로 지난 4월 기록했던 71.8%를 넘어섰다. 4월에는 코스닥 대장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뜨거워지며 개인들은 2차전지 대형주 위주로 활발하게 거래했다. 이달 들어서는 하나마이크론과 에스피지 등 중소형 종목도 전체 거래대금 10위 안에 포함되는 등 테마주·중소형주로 수급이 쏠리고 있다. 올해 1월만 해도 개인 거래대금 비중은 64%에 불과했지만 상승장이 시작되면서 비중이 늘어갔다. 이달 기관 거래 비중은 10%, 외국인은 18%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일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20조4900억원으로 올 최고치였던 8월 중순 20조5500억원에 육박하고 투자자 예탁금 역시 51조원으로 8월 초 대비 10% 정도만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수 상승 기대감이 줄어든 증시에서 단기 차익을 노릴 수 있는 테마주 투자만 활황인 셈이다. 대장주 삼성전자마저도 지난 1일 엔비디아에 광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한다는 소식에 관련 '소부장'주와 함께 큰 폭으로 주가가 올랐으나 상승세는 하루에 그치는 등 'HBM 테마주' 모습을 보였다.

최근 테마주는 과거 유력 정치인에 한정됐던 것과 달리 종류가 다양하고 단기적인 것이 특징이다. 7월 말 초전도체로 불붙은 테마주 장세는 8월 중순 맥신, 8월 말 양자컴퓨터와 수산물, 9월 초 인공지능(AI) 의료와 비만치료제 등으로 재빠르게 투자 대상이 이동했다.

주로 하나의 테마가 떠오르면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종목도 관련주라는 식으로 소위 '제보'가 올라오면서 여러 소형 종목이 동시다발적으로 상한가까지 급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테마가 지속되는 기간도 과거보다 짧아졌는데 이는 하나의 테마를 오래 끌고 가기보다 가격이 덜 올라 가벼운 종목들로 관심이 이동하는 추세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주가조작과 관련된 조사를 강화하면서 주가조작 세력 입장에서는 하나의 테마를 오래 끌고 가기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마주 투자도 단타가 심하다 보니 아예 특정 테마가 하루를 못 가는 사례도 발생한다. 11일에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비롯한 로봇 테마주가 오전에 강하게 상승하다가 오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소식이 전해지자 로봇 테마주는 상승폭을 완전히 반납하고 화장품 테마주로 수급이 쏠리기도 했다.

테마주 투자에 대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증권업계에서는 당분간 테마주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처럼 금리나 환율 매크로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장세에서는 개인투자자 위주의 수급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금리·고유가·강달러로 지수 플레이는 여전히 제한적이고 테마주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배트를 더 짧게 잡을 필요가 있다"면서 "주도주 중심 장세 복귀는 미국 경기 둔화나 중국 경기 개선과 같은 계기가 나타나야 가능하며 테마주 장세가 길게는 3분기 실적 시즌까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이달 1일부터 재개된 차액결제거래(CFD) 역시 테마주 장세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CFD를 활용하는 투자자들은 개인 전문투자자로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하는 '고위험·고수익' 투자 성향을 띠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별 금액 기준으로 포지션 규모를 제한하면 기회비용 차원에서 대형주보다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를 선호할 수 있다"면서 "이는 테마주 재료에 대한 반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CFD 순잔액 상위 업종은 헬스케어와 반도체다.

또한 공매도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대형 종목에 대해서만 가능한 상황에서 테마주 투자자들이 노리는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들은 공매도의 영향을 받지 않고 단기간에 주가가 큰 폭으로 뛸 수도 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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