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응시자 셋 중 한 명 n수생, '입시낭인' 사회적 비용 너무 크다 [사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는 'n수생' 비중이 35.3%로 28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인구 감소로 재학생은 전년보다 2만명 이상 줄었지만, n수생은 오히려 1만7349명 증가했다. 의대를 노리는 최상위권은 물론, 대학 레벨을 한두 계단 높이려는 중위권까지 가세하면서 15만명이 넘는 n수생이 대입 재도전에 나선 것이다. 킬러문항 배제와 명문대 첨단학과 증원, 문·이과 교차 지원 등이 n수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의대 쏠림과 학벌 지상주의가 '입시 낭인'을 양산하고 있다. 늘어난 n수생이 고3 수험생을 밀어내고 대학에 합격하면, 재학생은 이듬해 재수생이 되고, 이렇게 누적된 n수생이 늘어가는 것이다. 실제로 2020~2023학년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정시모집 합격자 가운데 61.2%는 n수생이었다.
문제는 n수생 증가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200만원 안팎인 재수종합학원의 한 달 수강료를 감안하면 연간 학원비만 수천만 원에 육박하고, 반수(대학에 적을 두고 재수 도전)를 하며 날리는 대학 등록금도 수백만 원에 달한다. 반수생 증가는 대학 교육 황폐화의 주범이기도 하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입학했다가 자퇴 등으로 학교를 떠난 학생은 지난해 2131명으로 5년 연속 증가했다. n수는 사회 진출 시기를 늦춰 생산인력을 감소시키고, 결혼·출산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준다.
n수 열풍의 가장 큰 부작용은 지방대→인서울→서·연·고→의대로 이어지는 학벌 지상주의 심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2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이중구조 심화로 명문대 진학에 집착하는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다며 학벌주의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수험 생활에 몇 년 더 투자하겠다는 개인의 선택을 막을 방법은 없다. 하지만 학벌주의 고착과 입시 낭인 양산을 막을 장기적 해법이 될 노동 개혁과 교육 개혁만은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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