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혁신동맹 '테크늄 얼라이언스' 제안한 세계지식포럼 [사설]
미·중 기술패권 전쟁의 최종 승자를 알려면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을 보라는 말이 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전량을 생산하는데, 미국·독일·네덜란드 3개국의 최첨단 기술을 결합해 설립됐다. 한때 일본 기업이 ASML에 도전했지만 패퇴했다. 한 나라의 힘으로는 3개국 기술동맹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술패권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동맹 즉 '얼라이언스'를 통해 공동의 기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각자가 가진 기술이 끊임없이 상호 연결되고 진화하는 '테크늄'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12일 세계지식포럼 개회사에서 "ASML이 테크늄의 대표적 사례"라면서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을 위해 '그랜드 테크늄 얼라이언스'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EUV 장비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한 건 미국 로런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였다. 미국 기업 인텔은 이 장비를 상업화할 회사로 네덜란드 기업 ASML을 낙점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의 사이머, 독일의 칼 자이스 같은 첨단 부품 기업들이 ASML에 핵심 부품을 공급했다. 예를 들어 EUV 생성에 필수인 첨단 레이저 시스템은 독일이 10년을 들여 개발했다. 부품만 45만개가 넘는다. ASML의 핵심 역량은 이런 거대한 혁신 생태계, 즉 '테크늄'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 있다. 반면 일본 기업은 이런 테크늄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미·중 기술패권 전쟁도 누가 더 혁신 친화적인 테크늄을 만드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다. 그러므로 미·중 가운데 어느 나라 편에 서야 하느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장 회장은 "'어느 쪽이 더 지속가능한 혁신의 테크늄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했다. 자명한 것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나라는 테크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혁신의 싹이 말라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테크늄을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세계지식포럼 축사를 통해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일본과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자유는 테크늄의 토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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