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서울시장실의 벽시계
최근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집무실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안쪽에는 업무용 책상이, 가운데에는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둥근 탁자가 놓여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대형 스크린 위 벽면에 나란히 걸린 7개의 도시별 디지털 시계들. 왼쪽부터 런던, 뉴욕, 도쿄, 파리, 싱가포르, 암스테르담, 서울의 시간이 표시된다. 공항이나 무역회사에나 있을 법한 이런 시계가 시장실에 걸려 있는 건 다소 의외였다. 2개월 전에 설치했다고 한다.
도시별 시계 순서는 무작위가 아니었다. 바로 일본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세계 도시 경쟁력 순위다. 런던이 1위, 서울은 전년도보다 두 계단 뛰어올라 7위다. 오 시장은 시계를 가리키며 "우리가 뛰어넘어야 할 도시들"이라고 했다. 디지털 시계를 설치한 것은 경쟁 도시들을 실시간 의식하며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오 시장은 올해 들어 서울을 도시 경쟁력 세계 5위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재차 밝혔다. 그러려면 암스테르담과 싱가포르 같은 막강한 도시부터 제쳐야 한다. 도시 경쟁력은 경제, 연구개발, 문화·교류, 거주, 환경, 교통·접근 6가지 항목, 70개 지표로 평가한다. 소득수준이 높다고, 아파트를 많이 짓는다고 도시 경쟁력이 쑥 올라가는 게 아니다. "이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트프웨어 시대"라는 오 시장의 말처럼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뿐 아니라 생활 환경, 안전, 교통, 복지, 문화 등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서울시가 '동행·매력 특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약자와의 동행' 실현과 누구나 살고 싶고, 찾고 싶은 '매력' 도시 추구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다.
도시 경쟁력만큼 중요한 게 시민의 행복이다. 유엔 산하기관 조사에서 한국의 행복지수는 세계 57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오 시장이 세계 도시별 행복지수 순위를 시장실 벽에 걸어두고 시민의 행복도를 글로벌 도시 수준으로 끌어올려 주면 어떨까 싶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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