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중국위기론, 과도하고 위험하다

2023. 9. 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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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론 한편 中 성장세 무서워
미국이 견제해도 약진 못 막아
한국과는 어느새 逆초격차

중국의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 기대만큼 소비와 투자가 반등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부동산 업체의 위기가 이어지면서 중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분분하다.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된다.

하지만 요즘의 중국 위기론을 둘러싼 내외의 논의는 과도하고 위험하다. 공신력 있는 분석 기관 중에서 최근의 경기 둔화나 시장 불안이 전면적인 금융 시스템 위기나 경제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곳은 거의 없다. 다만 수십 년간 누적된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끄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와 정책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경기 위축을 낳고 있고, 그래서 위기 가능성은 낮더라도 상당한 경기 둔화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정도가 업계의 공감대다. 버블을 오래 방치하면 그것을 수습하는 게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 버블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는 중국의 판단이 틀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런데 좋든 싫든 앞으로 중국의 기업 및 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거래해야 하는 우리 기업과 산업의 입장에서는 중국 위기론에 몰입하는 최근의 분위기가 심지어 위험하다. 경기를 앞둔 감독과 선수는 항상 상대 팀이 최선의 상태에서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가정하고 작전을 짜고 훈련을 해야 한다. 경기를 앞두고 상대 공격수가 감기에 걸릴 것 같다느니, 구단의 스캔들 때문에 상태 팀 사기가 엉망이라느니 하는 얘기는 관중이나 도박사들이 할 얘기다. 감독과 선수가 그런 얘기나 나누고 있다면 위험하다. 팬클럽이 자기 팀의 전력보다 상대 팀 깎아내리기에 관심이 더 많다면 그 구단의 미래는 어둡다.

중국 위기론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 산업과 기업의 동향은 놀랍다. 2015년 한국은 282만대의 승용차를 수출했다. 당시 중국은 43만대의 승용차를 수출했다. 그러던 중국이 2022년 311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한국은 해외 생산이 늘면서 230만대로 오히려 줄었다. 중국은 8월까지 321만대를 수출해 벌써 지난해 실적을 넘겼고, 올해에는 아예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동차 수출국이 될 전망이다. 내연차와 전기차 모두에서 약진한 덕분이다.

미국의 견제도 중국 기업들의 약진을 막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을 억제하는 와중에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1, 2위 업체인 중국의 CATL와 BYD는 올 5월까지 각각 매출을 59.6%, 107.8% 늘렸다. 둘을 합친 세계 시장 점유율도 2022년 46%에서 올해 5월 기준 52%로 늘어났다.

특정 산업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유럽연합(EU)은 매년 전 세계 기업 중 연구개발 투자를 많이 하는 2500개 기업의 리스트와 통계를 집계한다. 이들이 바로 세계 시장에서 유의미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대기업들이다. 2021년 기준 그 안에 중국 기업이 678개 들어 있다. 한국은 53개, 대만은 84개, 미국은 822개다. 중국 기업들은 2014년 327개에서 두 배 넘게 늘었다. 한국은 2015년 75개에서 오히려 줄어들었다. 10억유로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기업의 수는 중국이 45개, 한국이 5개다. 식은땀이 날 지경이다.

한국이 중국 산업에 대해 상위 파트너 역할을 했던 시대는 예전에 끝났다. 우리가 근거 없는 타성에 젖어 중국과의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던 새에 한국과 중국의 기업들 사이에 어느새 건너기 힘든 초격차가 만들어졌다. 불편하다고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현장의 기업들은 진작부터 알고 있던 얘기다. 승리하는 팀 뒤에는 유능한 구단과 냉정한 팬클럽이 필요하다. 중국 위기론보다는, 그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더 무서운 변화에 관심을 가질 때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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