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넷 제로와 한국의 도약 (2)VCM을 아십니까
탄소배출은 모든 개인과 조직 활동의 필연적 결과물이다. 개인과 조직의 삶이 '저탄소배출 사회'로 빠르게 변해야 하지만, 아무리 줄여도 탄소배출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개인과 조직이 자신의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지워 상쇄함으로써 넷제로(Net Zero)를 실현해야 한다.
탄소배출을 줄이고, 배출한 탄소를 지우기 위해서는 탄소포집활용저장(CCUS)과 같은 과학 혁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기후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이 이미 줄어들고 있어 과학만이 아닌 모든 분야에서 혁신적 방안이 활용돼야 한다.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기업은 과다 배출된 탄소만큼 탄소배출권이나 탄소상쇄권을 구입해 자신의 탄소발자국을 지워야 한다. 탄소배출권과 탄소상쇄권으로 대표되는 탄소 시장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국가에서 관 주도로 탄소배출권을 할당하고 관리하는 의무탄소시장(Compliance Carbon Market·CCM)이고, 다른 하나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VCM)이다.
CCM은 국제협약에 따라 국가별로 엄격한 규제(Cap&trade regulation)에 의거해 운영된다. 각국은 허용 가능 탄소배출 총량을 정해두고 자국 내 조직별로 배출허용량(탄소배출권)을 할당한다. 허용량보다 적게 배출하면 남은 것을 팔 수 있고, 초과 배출하면 타사의 남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채우거나 과배출 탄소에 대한 벌금을 내야 한다. 경제 활동이 많은 국가는 상대적으로 배출 총량을 더 많이 확보하기를 원하고 적은 국가는 남는 만큼을 해외에 팔고자 하지만, 아직까지는 탄소배출권의 국가 간 거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일부 허용되고 있다.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기본원칙, 선진국의 과배출을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게 하려는 노력, 현실적으로는 탄소배출 허용량에 대한 국가 간 입장 차이가 원인이다. 결과적으로 CCM은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으로 개인과는 무관하다.
이에 비해 VCM은 CCM에 비해 현재 규모는 작지만 향후 급성장이 예상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것이 바로 배출된 탄소를 산림 조림 등으로 줄이거나 없애는 활동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탄소상쇄권(Carbon Offset Credit·COC)이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준에 따라 철저한 평가와 검증을 거쳐야 받을 수 있는 탄소상쇄권은 이미 국경을 넘나들며 거래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일반인의 관심이다. 탄소 시장이 현재처럼 탄소 다배출 기업이나 일부 투자 기업의 관심 영역에 국한돼서는 결코 단기간 내 넷제로 실현이 어렵다. '누군가가 하겠지' 하고 넘기지 말고 우리 모두가 일상적 삶에서 '탄소발자국 지우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국제사회와 '2030년까지 탄소 40% 감축'을 약속했다. 나아가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인정받으려면 그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성실한 CCM 이행은 우리의 기본적 역할이고, VCM 활성화는 우리가 달성해야 할 성장의 길이다.
[박원우 서울대 경영대 교수·GEC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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