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놀러는 무슨, 집에 있어도 ‘돈’.. “오래 입고, 더 길러” 체감 물가, 팍팍하네

제주방송 김지훈 2023. 9. 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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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 호텔·콘도비 등 8% ‘껑충’
공공·개인서비스 비용 오름 폭 커
세탁·목욕비 등 두 자릿수 상승
가계 재정 압박.. “당분간 어렵다”


# 가족과 올 추석 연휴기간, 국내여행을 계획했다가 최근 취소했다는 회사원 김◯◯(42)씨. 연휴 초반 항공표가 매진돼, 일단 제주는 상황을 보기로 하고 내륙권을 살펴봤지만 호텔이며 콘도 숙박비가 많게는 2배 수준 올라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김씨는 “올 여름휴가를 짧은 일정으로 일본을 다녀왔는데, 너무 지출이 컸다”면서 “추석 연휴는 국내여행을 가볼까 했는데, 예상외로 비용이 너무 들어서 결국 집에 있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달말부터 다음 달 개천절로 이어지는 황금연휴 기간, 해외며 국내로 몰리는 발길이 북적인다고 하지만 사실은 극과 극 양상입니다. 2%대이던 물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가계 지출 부담이 더 커지는 실정입니다.

집에 머문다고 안쓰는 것도 아닙니다. 웬만하면 ‘덜 먹고’, ‘덜 쓰면서’ 지출을 줄이지 않고는 가만히 있어도 돈만 나갈 지경입니다. 당분간 체감 물가가 크게 낮아질 기미도 없어, 어떻게 재정 부담을 줄일지 서민 가계 고민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차원에선 추석 연휴 기간, 국내 관광 활성화로 내수 회복에 총력을 다한다는 목표지만 길어진 연휴에 해외로 나서는 발길은 밀리고, 상대적으로 위축된 내수에 쉽게 주머니를 열지도 못하는 경우도 적잖은 양극화 양상이 이어지는 실정입니다.


이같은 상황은 물가 상승률로 나타납니다. 국내 여행 관련 물가 상승률만 해도 대부분 두 자릿수에 근접했습니다.

우선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만 해도 석 달 만에 3%대로 올라서 불안한 시장 상황을 반영합니다. 전기요금이다 공공요금 상승에 맞물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기름값이 동반상승한게 한몫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광 비용 상승세는 가파릅니다.

오늘(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호텔과 콘도 이용료만 해도 지난해보다 각각 6.9%, 8.5% 상승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상반기(5.2%→2.7%) 내릴 때에도 이들 숙박 비용은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콘도만 해도 지난 1월 2.0%에서 6월 13.4%까지 치솟았다 소폭 하락해 8%대를, 호텔 역시 연초 12.4%에서 7월 2.0%로 내렸던게 8월 들어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로 접어들어 수요가 몰리면서 요금이 오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중교통 요금도 올랐습니다. 지역별로 편차는 있지만 지난달 평균 택시요금이 전년 대비 19.1% 상승률을 보이면서 1999년 1월(21.0%)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시내버스·시외버스 요금도 각각 8.1%, 10.2% 인상되면서 2016년 6월(9.3%), 2020년 2월(11.4%)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대중교통 요금 상승으로 지난달 공공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1.7%로 1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을 정도입니다.

지역적으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제주만 해도 공공서비스 상승률은 1.1%에 그쳤지만, 전국적으로 공히 적용되는 전기요금은 차치해도 가스나 휘발유·경유, 폐기물 처리 비용 등에선 높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상하수도 요금만 해도 요금 현실화를 이유로 급증해, 지난해 평균 상수도 요금이 1만 570원으로 전국 평균 1만 2,952원에 비해 낮았지만, 전년 대비 인상분이 전국 평균 306원에 비해 제주는 1,600원에 달했습니다.

또 2021년 7600원(전국 평균 8,180원)이던 하수도요금은 지난해 1만 원(전국 8,713원)으로 올라 전국 상승률(1.4%)을 크게 웃도는 20.0%를 기록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습니다.

개인서비스요금 추이도 비슷합니다.


전국적으로 목욕료(11.9%)나 찜질방이용료(11.0%)는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고, 세탁료(7.2%), 미용료(6.3%) 등도 역시 소비자물가 수준을 웃돌았습니다.

제주는 세탁료(4.5%)는 전국 수준을 밑돌았지만 목욕료(17.1%)가 상반기 12%대에서 20%에 육박한 수준으로 훌쩍 뛰었습니다. 미용료(11.3%)는 두 자릿수 상승 폭을 보였습니다.

이같은 상승률은 가격으로 드러납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8월 개인서비스요금들이 뛰었습니다.

제주만 해도 세탁비가 신사복 상하 드라이크리닝(다림질 포함) 기준 1만 1,000원으로 1년 전(1만 500원)보다 올랐고, 전국에서 가장 비쌌습니다.

미용료 역시 2만 750원으로 전국에서 서울, 인천에 이어 비쌌습니다. 1년 전 1만 9,000원에서 10% 가까이 올랐습니다.

목욕료는 서울이 9,769원으로 1만 원에 육박하면서 지난해(8,462원)보다 15% 오르면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제주는 1년 전(5,875원)보다 1,000원, 20% 가까이 오른 6,875원으로 7,000원선에 근접했습니다.

관광은 물론 공공과 개인서비스 물가가 높은 수준을 보이는 건, 일부 계절적 요인과 함께 재차 상승세로 돌아선 국제 유가에서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원유 감산 연장 등으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국내 판매 기름값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라 당분간 교통은 물론, 외식과 관광 등 서비스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같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정부의 내수 활성화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국제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수입액 증가로 무역수지가 다시 악화하고 내수 경기 역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달 정부의 '추석민생안정대책'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 호텔 등 숙박쿠폰을 지원한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선 이 기간 물가 상승 폭이 커지면서 숙박 가격을 올라가는 등 체감 물가 부담이 더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관련해 전문가들은 “석유류를 비롯해, 대외적으로도 물가 상승 압박이 상당히 남아있는 상태”라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 예상처럼 10월쯤 낮아진다 해도, 유류세 인하 연장 등 결정이 남아있는데다 국민들의 체감 물가가 여전히 높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한국은행도 최근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이 4분기 중 3% 내외에서 등락할 전망”이라면서 “앞으로 물가 경로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기상 여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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