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성공, 성적·행정은 글쎄' 韓 탁구, 亞선수권 엇갈린 성적표
지난 10일 막을 내린 강원도 평창돔에서 막을 내린 '2023 평창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오는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의 전초전 성격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강호들이 열전을 펼쳤다.
한국 대표팀은 남녀 복식 세계 랭킹 1위 장우진-임종훈(한국거래소), 신유빈(대한항공)-전지희(미래에셋증권) 등 정예들이 나섰다. 중국 역시 남녀 단식 세계 랭킹 1위 판전둥, 쑨잉사 등 최강 멤버들이 출전했다.
안방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의 성적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은메달 1개를 비롯해 동메달 5개를 따냈지만 금메달은 수확하지 못했다. 한국 탁구는 2년 전 카타르 도하 대회에서 남자 단체전과 단식, 여자 복식 금메달을 비롯해 여자 단체전, 여자 단식, 남자 복식, 혼합 복식 은메달과 남자 단식 동메달 등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물론 2021년 대회에는 중국이 코로나19로 출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는 홈 그라운드 이점이 있었고,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두고 선수들이 전력을 끌어올렸던 점을 감안하면 '노 골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남녀 단식에서는 전원이 16강에서 탈락했다.
예상대로 중국이 최강임을 입증했다. 중국은 남녀 단식과 복식, 혼합 복식과 남녀 단체전까지 금메달 7개를 휩쓸었다. 은메달도 5개, 동메달도 3개를 거뒀다. 특히 복식에서 중국은 기존 멤버가 아닌 새로운 조합을 내보냈음에도 차원이 다른 기량으로 금메달을 휩쓸었다.
다만 대표팀은 희망도 확인했다. 비록 4강에서 졌지만 신유빈-전지희가 여자 단식 세계 1위 쑨잉사, 3위 왕이디를 상대로 접전을 펼쳤다. 남자 단식 간판 장우진-임종훈에 처음 호흡을 맞춘 안재현(한국거래소)-박강현(한국수자원공사)도 중국과 4강전에서 한 게임씩을 따내며 가능성을 보였다.
남자 대표팀 주세혁 감독은 "중국 선수들의 기량이 워낙 좋기 때문에 과감한 공격을 하면서도 범실을 줄여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이겨내야 한다"고 짚었다. 여자팀 오광헌 감독도 "길게 랠리를 하면 불리하기 때문에 초구, 3구에서 결정을 지어야 하는 빠른 탁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흥행 면에서 이번 대회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회 남녀 단식 및 복식 등 결승이 열린 9, 10일 주말에는 평균 2000명이 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는 등 총관중이 1만 명에 육박했다.
특히 세계 최강답게 중국 현지에서 방한한 팬들이 많았다. 물론 신유빈, 장우진 등 한국 스타들을 찾은 국내 팬들도 있었지만 경기장은 물론 숙소까지 따라온 열혈 중국 팬들이 적잖았다. 평창군의 한 택시 기사는 "택시 승객이 대부분 중국 팬들이었다"면서 "국내 팬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내년 2월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단체전)를 치르는 한국으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탁구협회 유승민 회장은 "종목의 인기도와 강원도라는 지역적인 조건에서 1만 명 가까운 관중이 오기가 쉽지 않다"면서 "내년 부산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흥행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코앞에 닥친 아시안게임은 물론 내년 세계선수권 및 파리올림픽 등을 위한 협회의 과제도 적잖다. 발이 넓은 유 회장이 백방으로 뛰며 선수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행정적인 차원에서 세심한 배려가 살짝 아쉬웠다는 지적도 나오기 때문이다.
당초 이번 대회는 중국 D사의 탁구대가 사용됐는데 정작 대표팀 선수들은 대회가 열린 현장에 와서야 새 탁구대에 적응 훈련을 할 수 있었다. D사의 탁구대 구입이 늦어지면서 기존 탁구대에서 훈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다행히 협회는 대회에 사용된 탁구대를 중고로 구입해 선수들이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아시안게임은 물론 내년 세계선수권에 대비해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시아선수권 성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신유빈, 전지희 등 선수들은 "탁구대가 아니라 실력의 문제였다"고 말을 아꼈다.
이제 대표팀은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오는 19일 결전지로 출국한다. 아시안게임은 22일 단체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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