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 시행, K-콘텐츠 산업 저해

서희원 2023. 9. 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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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산업 발전과 공정환경 개선에 대한 입법적 제안' 세미나. 사진=전파통신과 법 포럼

사단법인 '전파통신과 법 포럼(의장 김남)'이 '콘텐츠 산업 발전과 공정환경 개선에 대한 입법적 제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9월 11일(월), 양재 aT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업계,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의 한계와 법안 시행 시 콘텐츠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최난설헌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의 의의와 법리적 검토' 발제를 통해 “행정기본법에도 법령이 상호간에 중복되거나 상충돼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문화산업 분야의 주요 불공정행위가 이미 상당 부분 타법에 의해 규율 되고 있으며, 다른 법이 우선 적용될 경우 유사한 위법행위에 대한 법 집행 절차와 제재의 수위 및 내용이 일관적이지 않아 초래되는 혼란 및 제재의 불균형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최 교수는 또한, 제13조 제1항 금지행위에서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각호에 따른 거래행위를 금지하도록 규정한 것에 대해 “실제 정당한 이유는 희박하게 인정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정당한 이유에 대한 입증 책임은 모두 사업자에게 있으며, 적용될 여지가 협소해 사실상 규정된 금지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고자 하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된다”며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는 이를 경험한 사업자들이 많지 않으므로 규제 불응이나 규제 위반 사례가 빈번히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홍대식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이 콘텐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 법안 통과 시 향후 10년 후에는 K-콘텐츠 산업의 발전이 크게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안이 콘텐츠 비즈니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홍교수는 첫째, “유통업자가 제작업자보다 언제나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가정하에 사업적 판단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법안의 모호성과 증명의 어려움으로 유통업자의 활동의 여지가 축소돼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행위마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로는 “금지행위의 불명확성과 증명 절차의 복잡성으로 인해 산업 내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소송 과잉 현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로는 “법안이 문화상품의 완성도 향상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금지함에 따라 문화상품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이용자의 후생 저하로 귀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홍 교수는 “해당 법안은 결과적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문화산업 전체의 위축을 초래하고, 법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발생시킬 것이다”라며 해당 법안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홍 교수는 또한, 법령 적용에 있어 문화상품유통업자와 문화상품제작업자를 겸하거나 협업을 하는 경우 해당 법령 해석과 적용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이 법안이 일명 검정고무신 사태 방지법으로 불리며 이와 유사한 사례를 방지한다는 취지를 지니고 있으나 해당 사례는 제작자와 저작권자 사이의 문제인데 반해 법안은 제작자 간 관계에 관련한 규정이 전무해 검정고무신 사태와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법안에 따르면, 제13조 제2항 제2호는 문화상품유통업자를 수범주체로 지재권 무상 양수 등을 금지하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으나 출판업자와 작가(문화상품제작업자) 간의 문제로 발생한 검정고무신 사례는 해당 조문만으로는 출판업자가 문화상품제작업자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문제 예방이 어렵다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홍 교수는 “그간 공정거래에 관련한 사항은 산업에 제한없이 공정위가 담당했다”며 “전기통신사업법과 IPTV법 등에서 분야 전문기관이 규제를 담당하는 부분에 대해 공정위의 반대가 있었지만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에 대해서는 문체부의 권한에 대해 공정위가 협조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산업이 시장에 나오기 전까지는 해당 주무관청이 진흥하고, 시장에 나온 순간부터는 공정위가 담당한다는 입장이 본 법안의 사례를 통해 변한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최난설헌 교수도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 시행에 대해 우려를 전했다. 최 교수는 “방통위와 문체부 간의 관할 문제로 동 법안에서 방송법에 적용을 받는 지상파, 케이블TV등을 제외하는 부분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방송법에서 정한 방송사업자 상호간에 한해 법안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방송법에서 정한 방송사업자가 아닌 기타 사업자(OTT, 일반 콘텐츠 유통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다르게 취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오병철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이날 토론에는 김영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 함께 했다.

김영규 실장(한국인터넷기업협회)은 “OTT사나 웹툰 플랫폼의 경우 단순 유통만 하는 경우도 있으나 상품 기획 및 제작, 투자하는 상황까지 있어 이러한 상황이 어떻게 규율될지가 우려된다”며 “규제를 할 때, 유통업자와 제작업자 간에 무조건적인 갑을 관계에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종관 수석전문위원(법무법인 세종)은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의 접근과 관련해 '규제만능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콘텐츠, 미디어 분야에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오버래핑(Overlappin)되는 영역이 많아 짐에 따라 부처 간에 중복적으로 개입하거나 법률 간 중복 규율 사항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며 “규제만능론적 접근 시 규제 증폭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자율규제 TF에서 소위 갑을 관계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로 접근하고 독과점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방침이 있다”라며 “해당 법안은 이와 반대로 갑을 관계에 있어 법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다”라며 전체적인 정책 기조가 일관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성민 교수(가천대)는 “웹툰 플랫폼과 웹툰 작가 사이의 관계는 예술 창작 영역에서 퍼블리셔와 예술가의 관계,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의 관계와 유사하다”라며 “정부가 이 관계에 개입해 둘 간의 관계를 공정하게 만들겠다는 것 자체가 산업을 굉장히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 교수는 이어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들의 피드백이 제작자까지 연결될 수 있는 점”이라며, “이를 금지하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은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법안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지연 사무총장(한국소비자연맹)은 “소비자 관점에서는 콘텐츠 관련 시장에서 경쟁 환경이 조성되고 소비자의 선택이 보장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사무총장은 “이 법안은 콘텐츠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측면과 미리보기, 무료이용, 가격할인 등의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선택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해당 법안이 시장에 참여하는 창작자 관점에서의 공정환경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충분히 고려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콘텐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의 관점이 충분히 반영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토론의 좌장을 맡은 오병철 교수(연세대)는 “이 법안이 대형 성공을 거두었을 때라는 특정 상황만을 전제로 하고 결과론 적인 법 개정을 시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 법안을 그대로 진행하기 보다 법리적으로 산적된 문제를 해결하고, 비즈니스 측면과 소비자 보호 측면을 신중히 검토하고 난 후에 정치권 내 정리가 필요한 부분까지 정리하고 나서 다시 법 제정 및 통과를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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