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년간 '충원 0명' 국립대병원…노조 "기재부 통제 규탄"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3. 9. 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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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병원 13곳 투쟁연대체 기자회견…"숙련 인력, 업무량 버티다 못해 '줄사직'"
"2% 안 되는 임금인상, 물가↑고려하면 사실상 삭감…가이드라인 폐지해야"
국립대병원 노동조합공동투쟁연대체는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국립대병원 정원동결 기재부 규탄! 국립대병원 인력 정원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건의료노조 제공

코로나19 유행기간 최전선을 지켜온 국립대병원 노동조합들이 원내 '인력난'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재정당국의 증원 통제를 규탄했다. 이들은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기획재정부가 즉각 인력 충원 요구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및 보건의료노조 산하 13개 국립대병원 노조가 모인 '국립대병원 공동투쟁연대체'는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대병원의 인력 증원 승인권을 쥐고 있는 기재부가 과도한 통제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대체는 기재부가 전국 국립대병원의 정원을 사실상 동결해 왔다며,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두된 '공공의료 강화' 필요성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이후 이른바 '필수의료'에 속하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를 제외하곤 국립대병원의 의료 인력이 "단 한명도 충원되지 않았다"는 게 연대체의 주장이다.

코로나 방역은 일상적 의료체계로 전환됐지만, 팬데믹 기간 소진된 의료인력의 퇴사도 잇따르고 있다.

홍소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교섭단장은 "숙련된 간호사들이 부족한 인력으로 코로나19 시기를 버티고 버티다가 이제 줄줄이 사직하면서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그 빈자리를 신규 간호사가 온전히 채워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서울대병원, 보라매 병원의 중환자실 간호사는 아직도 1인당 환자 3명을 돌보고 있고 신생아 중환자실은 최대 5명까지도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홍 단장은 "미국과 호주, 일본은 중환자실 간호사 대 환자 수를 1 대 2로, 인공호흡기 착용환자는 1 대 1로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간호사들을 잃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현재 인력 확충 교섭이 진행 중인 공공운수노조 산하 국립대병원분회들은 사측에서 '기재부 승인'을 무기로 내세워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연대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교육부는 '인력 증원은 기재부의 권한'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기재부는 노조와 면담조차 거부하며 국립대병원의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를 방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립대병원의 인건비는 국민의 세금이 아닌, 자체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재부가 책임지지 않는 권한만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립대병원노조 공동투쟁연대체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국립대병원분회 노사교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파업을 통한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제공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급여의 원인인 '임금 가이드라인'도 폐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연대체는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정부의 공공기관 임금 가이드라인 1.7%에 따른 임금인상율이 적용된다. 총액인건비로 인한 임금통제를 받고 있는 것"이라며 "매년 민간병원 임금이 3~5% 오를 때 국립대병원은 평균 1.4% 인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임금 삭감'과 다를 바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이러한 격차가 누적되면서 국립대병원의 숙련된 의료인력 이탈이 늘어나고 있다"며 "국립대병원 공공성을 강화하고 의료 질 저하를 막기 위한 제도화 방안으로 임금 가이드라인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정적인 인력 확보와 동시에 민간과의 임금격차를 해소하려면 '공공의료수당'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사항이다.

인력 증원과 임금 인상 합의가 불발될 경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서울대병원·경북대병원 등 사업장마다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연대체는 "공개채용 과정은 인력 승인-채용공고-서류전형-시험-최종면접 등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고, 채용된 인력이 일정 기간의 교육을 거쳐서 현장에 투입된다"며 "아무리 서둘러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2년을 인력 증원 없이 버텨왔다. 지금 당장 기재부는 국립대병원의 인력 요청에 답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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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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