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SV에서 단일 시즌 15SV…한화의 마무리 투수로 우뚝 선 박상원
지난 4월19일 대전에서 열린 두산과 한화의 경기. 7-5로 앞선 채 9회초를 맞은 한화 마운드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마지막 이닝을 정리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강재민이 양의지, 김재환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실점했다. 두산 강승호가 무사 2루에서 희생 번트에 실패하며 한숨 돌린 한화는 곧장 좌완 김범수를 투입해 대타 신성현을 3루수 뜬공으로 잡았다.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1개가 남은 상황. 확실한 마침표가 필요했고, 한화의 선택은 박상원(29)이었다.
허경민이 자동 고의4구로 출루하며 마주한 2사 1·2루 위기에서도 박상원은 침착했다. 자신의 장기인 시속 147㎞ 빠른 공을 공격적으로 꽂아 넣으며 단 2구 만에 베테랑 김재호를 투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첫 등판, 자신이 무너지면 승리를 내줄 수 있는 압박감 속에서도 박상원은 마무리 투수로서 몫을 다했다.
박상원은 2023시즌을 앞두고 한화의 마무리 투수 후보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도중 오른쪽 팔에 멍이 드는 증상이 생겼고, 관리 차원에서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그는 지난 시즌 도중 병역 의무를 마치고 1군에 합류해 14경기 4홀드 평균자책 2.25의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비시즌 훈련도 착실하게 수행하며 올 시즌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던 와중에 예상치 못한 걸림돌을 마주한 것이다. 당일 두산전에서 시즌 첫 세이브를 수확한 박상원은 경기 뒤 “모든 중간 투수들의 마지막 ‘점’이 마무리 투수라고 생각해서, 다른 투수들과 함께 보이지 않는 경쟁을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의 각오는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박상원은 마무리 투수의 덕목 중 하나인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팀의 ‘문단속’을 책임지게 됐다. 그는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게 된 이후 개인의 성취뿐 아니라, 확실한 ‘클로저’가 부재했던 한화에도 큰 보탬이 된 활약을 이어갔다. 이른바 ‘필승조’ 투수들이 부진하며 임무를 교대하는 와중에도 마무리의 자리는 박상원이 지켰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전반기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투수로 박상원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상원은 올 시즌 45경기에 구원 등판해 5승 3패 15세이브 평균자책 2.48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 중인데, 특히 마무리 투수로서 성장세가 돋보인다. 그의 올 시즌 블론 세이브 개수는 5개로 적은 편이 아니다. 다만, 이번 시즌 전까지 그의 개인 통산 세이브 개수는 단 1개에 불과했다. 늦깎이 ‘초보 마무리’의 내년 시즌 활약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박상원은 한화가 6연승에 도전한 지난 10일 고척 키움전에서 9-8로 앞선 9회말 팀의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3개를 실점 없이 잡았다. 한화의 마무리 투수로서 우뚝 선 박상원이 15세이브를 올린 순간이었다. 한화의 승리 공식에 이젠 박상원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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