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방심해서, 제때 치료 못 받아서...패혈증, 걸리면 10명 중 3명 숨진다

김명지 기자 2023. 9. 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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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대한중환자의학회 조사
패혈증 사망률 외래 29.4%, 입원 38.2%
1시간 안에 묶음치료 받은 환자 고작 10%
혈관 내부로 쏟아지는 적혈구. 패혈증 합병증으로 핏덩이가 혈관을 막아 장기가 괴사한다. /위키미디어

국내에서 패혈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10명 중 3명은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원에 입원 중 패혈증이 발생한 환자 10명 중 4명은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치료의 골든타임인 1시간 안에 제때 치료를 받은 환자는 10%에 머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청은 12일 지역사회에서 패혈증이 발생해 병원을 찾은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이 29.4%, 병원 입원 중 패혈증이 발생한 환자 사망률은 38.2%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이번 조사를 위해 지난 2019년 9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전국 15개 의료기관에서 수집한 1만3879건의 패혈증 관련 자료를 분석했다. 패혈증은 몸이 세균에 감염돼 전신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폐렴, 요로감염, 복막염, 뇌수막염, 심내막염, 등 신체 모든 부위에서 생긴 감염이 중증으로 악화되면 패혈증이 생길 수 있다. 신속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이 크고 심지어 쇼크로 생명까지 잃는다.

이번 조사에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 10만 명당 613명, 입원 환자 10만 명당 104명에서 패혈증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사례를 보면 호흡기계 폐렴에 걸려 패혈증으로 진행된 환자가 전체 패혈증 환자의 45.0%를 차지했고, 복강 감염(27.9%)이 두 번째로 높았다. 병원에서 발생한 패혈증 환자는 복강 감염이 40.0%로 가장 흔하고, 폐렴(29.7%)은 두 번째로 나타났다.

지역 사회 환자와 비교해 병원 발생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이 높은 것은 병원 입원 환자들은 이미 다른 질환으로 신체 상태가 악화된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장기가 망가지기 전에 빨리 치료할수록 치료 효과가 좋은데, 응급실을 찾는 지역사회 발병 환자들은 이미 상태가 너무나 악화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패혈증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젖산 농도 측정, 혈액 배양 검사 시행, 항생제 투여, 수액 투여, 승압제 투여 같은 이른바 ‘묶음치료’를 실시한다. 하지만 병원에서 이 묶음치료를 1시간, 3시간, 6시간 이내 실시한 수행률은 각각 10.1%, 53.6%, 78.9%로 나타났다. 병원에서 패혈증으로 진단받고 1시간 이내에 묶음치료를 받은 환자가 10%에 그친다는 뜻이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매년 전 세계적으로 5000만명의 패혈증 환자가 발생하고, 이 가운데 20~50%가 숨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1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패혈증에 따른 사망자는 10만 명당 12.5명으로 질환 가운데 9위를 차지했다. 질병청은 국내 패혈증 환자 사망률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높다고 설명했다.

국내 패혈증 환자 사망률이 높은 것은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다. 패혈증은 호흡곤란이나 의식 혼란,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는 것(청색증)이 초기 증상인데, 이런 증상을 감기로 오해해서 패혈증 진단과 검사가 빠른 시간에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잦다.

세계 패혈증 연대(GSA)는 매년 9월13일을 세계 패혈증의 날로 지정하고, 2012년부터 패혈증의 위험성과 치료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질병청은 지난 4일 대한중환자의학회 주관으로 ‘2023년 세계 패혈증의 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질병청은 심포지엄을 통해 수렴된 의견을 반영해 패혈증 진료지침서 최종안을 마련하고, 연내 배포할 예정이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앞으로도 다각적인 홍보와 교육을 통해서 패혈증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패혈증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위한 지속적인 민관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패혈증 진료지침서가 개발돼 전국적인 진료 표준화를 통한 패혈증 예방과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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