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임시완 연기 보고 소름 돋았죠"

이영재 2023. 9. 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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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소재로 한 영화 첫 연출…"막상 해보니 쉽지 않아"
강제규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올해 추석 연휴에 개봉하는 강제규 감독의 신작 '1947 보스톤'에선 배우 임시완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이 영화는 1947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태극기를 가슴에 단 한국의 서윤복이 우승을 차지한 감동적인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서윤복 역을 맡은 임시완은 마라톤 선수의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를 실감 나게 연기했다.

"제가 촬영하면서 (젊은 배우를 보고 속으로) '야, 요놈 봐라' 하면서 소름이 돋는 걸 느낀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제규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본 임시완의 연기를 이렇게 회고했다.

강 감독은 "(그때부터) 임시완이 (촬영장에) 나오는 날이 기다려졌다"며 "그가 나오면 에너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눈빛과 동작 하나를 봐도 불끈불끈 에너지가 생기고 너무 신선했다"며 "그렇다고 과하지도 않고 시대감 속에서 놀고 있는 듯 너무 자연스러웠다"고 돌아봤다.

강 감독은 "임시완에게 '네가 정말 서윤복이 돼야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다', '우리 영화의 운명이 네 발에 달렸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하정우는 일제 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역을 맡았다.

베를린 올림픽 때 일장기를 달고 시상대에 서야 했던 비운의 영웅 손기정은 서윤복의 감독이 돼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한을 푼다. 하정우는 이 영화의 이야기를 끌어가며 임시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강 감독은 "시나리오를 보니 하정우가 바로 떠올랐다. 제일 먼저 캐스팅한 배우도 하정우였다"며 "성격으로 보나 외모로 보나 (손기정과) 닮은 점이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1947 보스톤'의 임시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47 보스톤'에서 아쉬운 점은 서윤복의 코치인 남승룡 역의 배성우가 2020년 음주운전 물의를 빚은 사실이다. 이 영화의 촬영이 끝나 배성우가 등장하는 장면의 편집이나 재촬영이 불가능한 시점이었다.

강 감독은 당초 이 영화를 지난해 추석 연휴 때 개봉하려고 했지만 1년 미룬 것도 이 사건을 고려한 결정이었다며 "(당시 개봉은) 관객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조금 속이 쓰렸지만 좀 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강 감독은 최초의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통하는 '쉬리'(1999)와 한국 전쟁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천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4)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가 스포츠를 본격적인 소재로 끌어와 영화를 연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 감독은 촬영 난도가 상당히 높은 액션을 담은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연출 경험이 있어 마라톤 장면을 촬영하기는 상대적으로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막상 찍어 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태극기 휘날리며'와 같은) 전투 장면을 촬영할 땐 세트장을 완전히 통제하면서 촬영할 수 있는데 마라톤은 도로를 차단하고 찍다 보니 시간에 대한 중압감이 컸다"고 회고했다. 당국이 허락한 시간 내 도로에서 촬영을 마쳐야 해 일분일초가 아까웠다는 것이다.

마라톤을 영화화하는 건 강 감독의 오랜 꿈이었다. 그는 대학 시절 육상을 다룬 영국 영화 '불의 전차'(1981)를 보고 감동이 컸다며 "달리기가 정말 매력이 있고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1947 보스톤'에 대해서도 "스포츠맨이자 국가대표 선수가 정말 어떤 심정으로 달릴 수밖에 없었을까, 그 본심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강 감독은 한국 영화의 위기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관객들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을 보면서 극장에 안 간다고 하지만, 그렇진 않아요. 지금도 극장에 가는 관객은 가거든요. 다만 극장의 문턱이 좀 높아진 거죠. 이걸 넘어설 수 있도록 하는 영화를 우리가 만들어야겠죠. 영화인들의 숙제이고 과제인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인 것 같아요."

'1947 보스톤'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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