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마구 바뀌어도, 임금 밀려도…프리랜서 노동권은 사각지대?
3~4명 중 1명은 일하다 ‘부당한 대우’ 경험
“일하는 모든 사람 권리보호 법제화 나서야”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 3~4명 중 1명가량은 부당한 작업변경, 보수 지급 지연, 계약 외 작업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랜서 노동자의 규모는 4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반 수준이지만 이들의 노동권을 보장할 법·제도는 사실상 없다.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는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나홀로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실태와 과제’ 포럼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프리랜서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하는시민연구소는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의 후원을 받아 지난달 7일부터 18일까지 여론조사전문기관 마크로빌 엠브레인리서치에 의뢰해 프리랜서 노동자 512명을 조사하였다.
일하는시민연구소는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 자료를 활용해 지난해 프리랜서 노동자 규모가 406만4000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남성이 70.9%, 여성이 29.1%였다. 연령별로 보면 55세 이상이 53.5%로 가장 많았다. 35~54세가 38.2%, 34세 이하가 8.3%로 나타났다.
일하는시민연구소 조사 결과 프리랜서는 1주일 평균 33시간 일하고, 평균 경력은 5.9년이었다. 월 평균 소득은 180만2000원에 불과했다. 현재 프리랜서 일자리를 갖기 전 고용형태는 프리랜서·자영업자가 51.4%, 정규직이 29.4%, 비정규직이 12.5%, 비경제활동이 15.9%였다. 이들이 프리랜서를 선택한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27.9%)’ ‘자유로운 시간 활용이 가능해서(25.8%)’ 등이었다.
프리랜서들은 계약과 보수, 인권 등과 관련해 심각한 부당대우를 당하고 있었다. 계약과 관련해 ‘부당한 작업변경’을 당했다는 응답이 38.5%로 가장 높았다. ‘계약조건 외의 작업 요구’가 25.2%, ‘계약 종료 후에도 지속적인 재작업·수정 요구’가 17.8% 등이었다.
임금과 관련해서는 프리랜서의 29.5%가 ‘보수 지연 지급’을 경험했다. ‘정산 자료 미공개’가 17.2%, ‘계약된 보수 일방적 삭감’이 14.3%, ‘계약된 보수 미지급’이 11.3%였다. 폭언 등 인권침해도 잦았다. ‘폭언·폭행’ 경험 비율은 8.0%로 나타났다. ‘괴롭힘’은 6.3%, ‘성희롱·폭력’은 1.6%였다.
프리랜서들은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노동자로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정식 근로계약을 맺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산업구조와 기술발전, 노동환경, 가치관 변화 등으로 특수고용, 플랫폼노동, 프리랜서, 독립계약자 등이 늘고 있다”며 “문제는 이러한 프리랜서 일자리들이 일부를 제외하면 소득과 일자리의 불안정성이 높고,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및 노동권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기존 노동운동의 과제도 적지 않다. 프리랜서들에게 적절한 이해대변 조직·단체를 물은 결과 ‘협회’가 3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노동조합’이 25.8%였고 ‘온라인 카페 등 커뮤니티’가 23.8%로 적지 않았다. 윤재호 일하는시민연구소 연구위원은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인식하는 비중이 적은 편인데도 4분의 1이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것은 인상적”이라면서도 “일과 관련된 고충마저 나누기 힘든 파편화되고 불안정한 노동현실 속에서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상상할 수 있는 이해대변 주체의 상(像)이 무엇인지 고민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의 노동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3건의 ‘일하는 시민 기본법’이 발의됐지만, 3건의 법안 모두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
김 소장은 “플랫폼노동이나 프리랜서와 같은 새로운 노동형태에 있어 일반적인 노동의 보호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프리랜서 노동시장과 사회정책 법·제도화와 정책 수립, 최소한의 조건과 규정을 둔 가이드라인 수립, 분쟁해결 및 상담구제기구 운영, 제3의 조직 지원 등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플랫폼·프리랜서들의 교섭력을 늘려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수는 “(고용관계 밖 노동은) 기업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전략일 수 있지만, 이는 ‘노무 제공은 고용관계에 기반해 이뤄진다’는 전제로 짜인 사회계약의 침식을 불러오고 있다”며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다음 단계는 기업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했다.
송명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사무국장은 “애매한 고용형태가 확대되는 현 시대에 노동법 적용 범위를 넘어 교섭력이 낮은 노무제공자들까지 (개인사업자로서) 경쟁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집단적 교섭이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칙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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