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은 서울시가 채워줄테니, 젊은 영혼 예술로 채우라
올해 하반기 지원대상 만 22세까지 확대
미술 전시도 관람 가능···‘예술 생태계 선순환’
대학교 1학년 여모씨(20)는 지난 3개월간 뮤지컬과 연극을 총 5편 관람했다. 원래 뮤지컬과 연극을 좋아하지만 용돈을 받아 생활하다보니 한달에 한 작품 이상을 보는 것은 무리였다. 여씨가 이번에 뮤지컬 <그날들>과 연극 <붉은머리 안> <2시22분> 등을 경제적 부담없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서울청년문화패스’ 덕분이었다.
그는 “서울청년문화패스가 없었다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작품은 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연뮤덕’(연극·뮤지컬 덕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청년문화패스는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에게 연극과 뮤지컬, 클래식·오페라, 발레·무용, 국악 등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연간 20만원 문화이용권(카드)이다.
올해 처음 도입한 정책으로, 당초 만 19세(2004년생) 청년들만 지원했으나 올해 하반기 신청 대상 연령은 만 19세부터 만 22세(2001년)까지로 확대했다. 20대 초반 청년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사업비는 68억원이다. 하반기 모집은 오는 14일까지 ‘청년몽땅정보통’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이용 청년들은 서울청년문화패스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서울청년문화패스가 자신의 문화생활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874명 중 55.1%(482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주변에 소개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66.9%(585명)가 “그렇다”고 밝혔다.
평소 공연문화를 즐겨왔던 청년들에게도 서울청년문화패스는 의미있는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관심은 있지만 쉽게 접하지 못했던 장르도 관람하면서 문화 향유의 폭을 넓혔다는 것이다.
서울청년문화패스를 통해 클래식·오페라 6번, 무용과 국악을 각각 1번씩 총 8개 공연을 즐긴 고모씨(20)는 “되도록 많은 공연을 보고 관심사를 넓히는 것이 목표였다”며 “처음 도전해본 무용과 국악 공연도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고씨는 어렸을 때는 뮤지컬 등을 자주 봤지만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문화생활를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유튜브 등을 통해 클래식 공연을 보는 데 익숙해졌다. 그는 “(유튜브로 들을 때는) 좋아하는 곡만 듣게 된다”며 “또 아무리 좋은 음질로 들어도 소름이 돋거나 하지 않지만 공연장에서 직접 보니 ‘악기와 (연주자의) 몸이 하나구나’ 감탄했다”고 말했다.
서울청년문화패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서울청년문화패스 홈페이지(www.youthcultureseoul.kr)에서 사용할 수 있는 20만 포인트가 지급되며 보고싶은 공연을 예매해 관람하면 된다. 포인트는 공연예매 결제 시 바로 차감된다. 건당 최대 7만 포인트까지 사용할 수 있고 초과 금액은 개인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뮤지컬을 포인트로 예매할 때는 한 차례만 할 수 있다.
서울청년문화패스 홈페이지는 양질의 공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보고’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청년들이 대중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춘 공연을 접할 수 있도록 ‘작품추천위원회’를 구성·운영해 매달 엄선한 공연을 선보인다. 또 예매자를 대상으로 추가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고씨는 “추천공연은 순수예술의 정통을 느낄 수 있거나 전문 해설을 곁들인 공연이 대부분이었다”며 “(서울청년문화패스를 기획할 때) 가볍게 즐기기보다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연들로 준비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여씨는 “포인트를 거의 다 소진했지만 좋은 공연 정보가 필요할 때면 앞으로도 서울청년문화패스 홈페이지를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청년들의 문화생활을 독려하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는 서울청년문화패스로 미술 전시 등도 관람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최경주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서울청년문화패스는 청년들이 문화예술의 적극 소비층인 ‘예술 애호가’로 성장하는 것을 도와 문화예술 생태계 전반의 소비와 창작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며 “앞으로도 청년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가깝게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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