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액 맞아가며 녹음한 라흐마니노프 음반이죠"
변주곡·소품 앨범 내고
전국 11개 도시 독주회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사진)이 3년 만에 스튜디오 앨범 '라흐마니노프, 리플렉션'을 12일 발매했다. 스스로를 극한에 몰아붙이곤 해 강한 정신력을 자부한다는 그가 오죽하면 녹음 도중 수액을 맞아가며 힘들게 완성한 앨범이다. 12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만난 선우예권은 "가슴 아프기도 하고 애정이 가기도 하는, 아이(자식) 같은 앨범"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굉장히 특별한 앨범이 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에게 남은 일말의 아쉬움은 녹음 당시 혹독한 일정과 고갈된 체력 탓이다. 나흘 연속 예비군 훈련과 곧바로 미국 뉴욕으로 출국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 이틀 만에 녹음을 마쳐야 했단다. 그는 "관리를 소홀히 한 제 탓이지만 많이 아팠다"며 "녹음 후 피드백을 해야 하는데도 연주를 다시 듣기가 어려워 잠수를 탔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지나온 시간은 이젠 '성장통의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앨범 제목 '리플렉션'은 자신의 본연과 직면하고자 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녹음을 위해 찾았던 경남 통영에서 본 달빛을 비유하기도 한다. "연습 후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통영 밤 바다의 잔잔한 수면에 꽉 찬 달빛이 비쳤어요. 제가 그런 달빛을 참 좋아하거든요. 달빛을 보며 간절한 소망을 되새겼습니다." 그 소망은 앨범 내지에 그의 자필로 적혀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더 끌어올릴 수 있기를….'
선우예권은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단 두 개의 변주곡, '코렐리 변주곡'과 '쇼팽 변주곡'을 앨범에 담았다. 또 '첼로 소나타 G단조 19번의 3악장' 등 6개의 소품도 녹음했다. 그는 "특별한 곡이 많지만 제가 라흐마니노프를 생각했을 때 바로 떠오르는, 제 마음을 요동치게 만드는 작품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라흐마니노프는 선우예권에겐 '가슴을 들끓게 만드는 작곡가'다. '광활한 바다를 저공비행하는 느낌을 주고, 대자연의 풍경을 상상하게 만드는 음악'을 남겼다. 그에겐 2017년 한국인 최초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의 영예도 그의 곡과 함께였다.
선우예권은 이달 23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전국 11개 도시를 돌며 리사이틀을 연다. 프로그램으로는 라흐마니노프뿐 아니라 슈베르트·바흐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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