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보듯이 자신을 직면하고 싶다”…선우예권, 라흐마니노프로 돌아왔다
미국 최고 권위의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4)이 새 스튜디오 앨범 <라흐마니노프, 리플렉션>을 12일 발매했다. 선우예권은 “거울을 바라보듯이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선우예권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연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어떤 때는 거울을 보기 싫기도 하지만 그것도 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고 애정이 가면서 가슴 아픈 앨범”이라고 말했다. “‘리플렉션(Reflection)’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죠. 이 앨범에 자신을 투영하고, 자신을 점검하고 싶었어요. 제가 물에 비치는 달빛을 좋아하는데 그런 뜻을 담기도 했어요.”
선우예권이 2020년 첫번째 앨범 <모차르트>에 이어 두번째로 내놓은 앨범이다. 지난 6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이틀에 걸쳐 녹음했고, 유니버설뮤직 산하 유명 클래식 레이블 ‘데카(DECCA)’를 통해 발매했다. 부비동염과 편도선염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는 상태에서 무척 고생하며 녹음했다고 전했다. “첫날에는 중간에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와서 녹음을 계속했어요. 녹음 직후에 빨리 피드백을 줘야 하는데 몸이 너무 아파서 ‘잠수’해 버렸죠. 연락이 몇주 동안 끊어지니까 회사에선 죽은 줄 알았다고 해요.”
이 앨범은 올해로 탄생 150주년을 맞은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6개 작품으로 구성했다.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두 변주곡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쇼팽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 핵심이다.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한 ‘첼로 소나타 3악장 안단테’,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편곡한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 전주곡 작품번호 ‘3번 중 2번’ ‘23번 중 5번’도 소품으로 준비했다. 선우예권은 “곡 하나하나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면서도 감정선을 더 유연하게 표현하기 위해 한뼘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변주곡은 작곡가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모두 담아 여러 가지 형태로 꾸미는 장르죠. 그래서 라흐마니노프라는 작곡가를 제대로 보여드리기 위해선 변주곡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라흐마니노프를 생각하거나 연주할 때 더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작품들을 소품으로 골랐어요.”
선우예권에게 라흐마니노프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선우예권은 2017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해 우승했다. 선우예권의 스승 세이무어 립킨은 1948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해 생전에 ‘라흐마니노프 스페셜리스트’로 불렸다.
“라흐마니노프를 들으면 광활한 바다를 저공비행하는 느낌을 받아요. 대자연의 풍경을 상상하게 하죠. 슈베르트나 바흐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가슴 아리게 그리운 정서는 슈베르트와 비슷하고, 대성당처럼 정교하고 거대한 건축물을 보는 느낌은 바흐와 비슷하죠. 립킨 선생님도 우스갯소리처럼 ‘라흐마니노프는 바흐마니노프라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선우예권은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이달 23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11회에 걸친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연다. 이번 앨범에 실린 라흐마니노프의 두 변주곡을 비롯해 브람스의 ‘왼손을 위한 바흐 샤콘’, 바흐 파르티타 2번을 선보인다. 선우예권은 “평생 가장 큰 목표이자 꿈은 죽기 전까지 연주 활동을 계속하며 살아가는 연주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콩쿠르 이후에도 음악에 대한 확신, 열정, 애정을 돌이켜보면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콩쿠르에서 우승하면 많은 연주 기회가 생기지만 정신적, 감정적으로 고갈돼 연주를 포기하는 사람도 간간이 있어요. 그러지 않기 위해 음악에 대한 마음을 언제나 신선하게 유지하려고 해요.”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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