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드롱 기다려!’ 스페인 마르티네스, PBA 통산 4번째 우승…“훈련 시간 두 배 늘리고, 심리학 책도 읽어” [SS현장]

스페인 당구 3쿠션 스타 다비다 마르티네스가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PBA 4차 투어 ‘에스와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다. 제공 | 프로당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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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고양=김용일기자] “매우 피곤하다.”

자정에 다다른 시간. 풀세트 접전 끝에 프로당구 PBA투어 통산 4번째 우승을 달성한 ‘스페인 강자’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는 이렇게 말하며 씩 웃었다. 그는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PBA 4차 투어 ‘에스와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모리 유스케(일본)를 세트스코어 4-3(8-15 15-3 15-8 9-15 9-15 15-12 11-0)으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그는 커리어 네 번째 PBA 우승트로피를 품으면서 조재호(3승)를 제치고 통산 최다 우승 단독 2위가 됐다. 1위는 7승을 기록한 뒤 한국을 떠난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이다.

마르티네스는 지난 시즌 월드 챔피언십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조재호에게 우승을 내준 뒤 6개월 만에 다시 개인 투어 결승에 올랐다. 커리어 첫 결승에 오른 모리에 세트스코어 2-3으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으나 막판 불꽃 같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4-3 뒤집기 우승에 성공했다. 특히 파이널 세트에서는 ‘우승 경험자’답게 모리에게 1점도 내주지 않으며 11-0으로 이겼다.

마르티네스는 이제까지 6차례 결승에 올라 5번이나 풀세트 대결을 벌였고 4승을 챙겼다.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5번 풀세트를 치른 건 그만큼 상대가 훌륭하고 좋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모리와 나 모두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고 겸손해했다.

올 시즌 PBA투어 1~4차 투어는 세미 세이기너(튀르키예), 쿠드롱, 하비에르 팔라존, 마르티네스(이상 스페인)까지 모두 외인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PBA 출범 다섯 번째 시즌인데 초반 4개 대회를 외인이 휩쓴 건 처음이다.

마르티네스는 팀리그와 개인 투어를 병행하면서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적응이 끝난 것을 우승 요인 중 하나로 봤다. 또 “이전엔 단순히 2시간 훈련했는데, PBA에 온 뒤엔 두 배인 4시간을 한다. 또 심리학 책도 읽으면서 당구에 집중할 힘을 키우고 있다”며 PBA만의 환경, 룰에 적응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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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유스케. 제공 | 프로당구협회

비록 우승엔 실패했으나 무명의 모리는 준우승을 통해 전환점을 마련했다. 2021~2022시즌 우선 등록 선수로 PBA투어에 뛰어든 그는 이전까지 최고 성적이 32강이다. 올 시즌엔 1,2차 투어 모두 128강에서 떨어졌고, 3차 투어에서는 64강에 그쳤다. 4차 투어에서 180도 다른 샷으로 파죽지세 오름세를 탔다. 모리는 “마지막에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스스로 좋은 플레이를 보이지 못했다”고 아쉬운 미소를 짓더니 “(성적이 좋지 않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지만 응원해준 사람을 위해 계속했다. 결승에 오르면서 자신감을 느낀 것 같다. 당구 인생은 이제부터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