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 “불법도박 근절…자금줄 차단이 해법”

2023. 9. 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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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 옭죄기에 혈안인 사감위 퇴출시켜야”

[홍춘봉 기자(=태백·정선)(casinohong@naver.com)]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대한민국의 희망인 청소년들이 불법도박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은 관련 국가기관과 성인들의 책임”이라며 “불법도박 근절은 자금줄 차단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법기관 제보를 통해 국내 최초로 불법 도박사이트 계좌의 자금줄 차단에 성공한 도박없는학교(교장 조호연)는 400여 명의 학생과 함께 대한민국 도박근절의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고 있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이 지난 11일 태백의 한 카페에서 불법도박 근절과 청소년 도박차단 대책을 말하고 있다. ⓒ프레시안

지난 11일 강원도 태백시 함백산 입구의 한 카페에서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을 만나 불법 온라인도박을 근절하기 위한 구체적인 구상을 들어봤다.

-도박없는학교가 불법OTT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유가 궁금하다.

“불법 도박사이트들은 청소년을 핵심 타깃으로 삼는다. 청소년도박의 시작은 불법OTT와 불법 웹툰이다. 청소년들이 무료영화나 무료웹툰을 보려면 불법 도박사이트 광고가 무한정 깔려 있는 무료사이트를 이용하게 된다.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하면 청소년들이 무료 사이트를 이용하면 도박사이트에 이익이 전혀 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청소년들은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친구들과 공유하려는 습성을 갖고 있다. 청소년 한 명이 도박사이트에 접하면 다음날 같은 반 친구들에게 공유가 되고 일주일이면 학교 전체가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 이를 근절하기 위해 불법 OTT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그래도 이해가 어렵다.

“돈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불법사이트 운영자가)총판이라는 직책을 줘 돈맛을 보게 만든다. 돈맛을 본 학생들은 학교 내에서 고리사채로 도박 자금을 대주고 돈을 갚지 못하는 학생들은 하루 이자를 감면해 준다는 명분으로 도박사이트 광고에 이용된다. 그 학생들이 졸업을 하면 정상적인 직장에 들어갈 수 없고 전문적인 총판을 운영하며 후배들을 통해 다시 학교로 도박의 대물림이 악순환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은 인터넷활용능력이 매우 강하다. 도박사이트에서 공짜머니를 뿌리며 학생들을 불법광고에 활용하면 양질의 인력을 적은 돈으로 활용하니 큰 이익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 도박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불법도박사이트와 불법OTT의 상관관계는.

“불법 도박사이트와 불법 OTT는 하나로 보면 된다. 도박사이트가 총력을 다해 불법OTT를 오픈하는 이유는 신규 유저 모집도 있지만 수익구조의 차이점에 있다. 보통 도박사이트는 유저 공급을 총판에서 조달받는다. 총판에게 롤링(배팅금액의 1%지급)과 루징(잃은 금액의 20~40%지급)을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는데 이는 본사 입장에서 볼 때는 순수익의 60%에 달한다. 하지만 불법OTT에서 무작위로 입장하는 유저는 수수료 지급할 이유가 없으니 수익 전부가 순수익이 된다.”

-도박사이트의 계좌동결은 어느 정도의 타격을 줄 수 있나.

“도박사이트의 영원한 과제는 첫째 계좌와 둘째 광고다. 광고는 비용의 문제이니 가성비를 따져 최대한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으면 된다. 하지만 계좌는 전혀 다르다. 7, 8년 전부터 모든 은행에서 신규계좌 발급에 제한을 두었고 신규계좌가 발급 되더라도 하루한도를 적용하니 실사용은 불가능하다. 결론은 현재 불법시장에 대포통장의 공급이 거의 차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대포통장 하나 구하기도 어려운 시기에 계좌동결까지 시 켜버리면 원천적인 차단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가상계좌를 불법도박에 활용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지난 6월 도박없는학교 학생들에게 가상계좌 공개수배를 통해 불법도박에 활용되는 가상계좌 80여개를 제보 받았다. 이후 경찰과 방송에 고발과 제보를 해서 가상계좌에 이용되었던 결제대행사(PG사) 19곳을 적발했고 해당 은행에 지급정지 및 계약해지 통보했다. 현재 도박없는학교가 하고 있는 대포통장단속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가상계좌다. 가장 먼저 가상계좌를 불법시장에서 없애 버린 것이 최우선이다. 현재도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에 이용되는 가상계 좌를 찾아 뿌리 뽑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금 불법시장에 가상계좌는 거의 전멸되었다고 자부한다.”
▲OTT에 도배되어 있는 불법 온라인 홍보배너. ⓒ도박없는학교

-불법도박사이트를 근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부의 대응이 어리숙하기 때문이다. 이는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말하고 싶다. 무능력은 불법 도박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의 정책부제다. 대한민국은 합법사행산업을 관리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라는 기관이 존재한다. 18년 전 ‘바다이야기 사태’로 대한민국이 난리가 나자 정부에서 부랴부랴 만든 기관인데 너무 급조한 탓인지 전문 인력은 전무하고 문화관광체육부 공무원들의 자리 채우기로 설립했다는 느낌이다. 사감위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자리만 지켰다면 지금처럼 불법도박규모가 200조를 넘지 않았을 것이다.

사감위의 가장 큰 패착은 ‘매출총량제’다. 합법도박인 경마, 카지노, 토토, 복권, 경륜, 경정 등의 사업 은 매출이 전 년 대비 3%가 넘으면 안 된다는 족쇄를 채웠다. 예를 들어 올 해 장사가 잘 되서 매출이 이보다 높으면 일정기간 영업정지를 당한다는 것이다. 도박은 엄연히 합법시장과 불법시장이 존재하는데 국가가 합법 시장에 터무니없는 규제를 통해 불법시장을 활성화 시켜준 꼴이 됐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회피한다. 사감위 설립 전 합법과 불법시장의 비율이 90:10정도 였다. 하지만 사감위의 지속적인 합법시장 말살정책으로 현재는 합법과 불법시장 구조가 역전되었다. 불법도박장을 팽창시키는 사감위가 이제 와서는 불법도박에 대해 관리 감독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과거 잘못에 대한 인정도, 불법도박에 책임이 없다며 아무 일도 하지 않으려는 사감위가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 불법도박은 영원히 근절하지 못한다.”

-불법도박근절을 위해선 무엇이 중요한가.

“모든 일에는 전문가가 나서야 한다. 비전문가들이 모여 하는 척만 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불법 사행업자들에게 자신감만 심어주는 우스운 꼴이 된다. 항상 문제가 터지면 나서는 집단이 국회의원들이다. 그들은 전문가랍시고 국회로 초청해 공청회를 하고 전혀 대책이라고 할 수 없는 대책을 발표한다. 언론에서는 마치 대단한 정책인냥 보도하고 불법 사행업자들은 (대책을)비웃으며 더 과감한 사업을 펼쳐나간다. 이러한 악순환이 18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불법도박 규모가 연간 200조가 넘는다고 한다. 사감위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간판을 내려야 하는 이유다.”

-대포통장 지급정지로 불법OTT가 사라질 수 있나.

“사라진다. 신규 유저모집 때문에 자신의 통장을 죽이는 위험을 감수하며 불법OTT에 광고를 넣을 바보는 없다. 그리고 단순히 지급정지뿐이 아니다. 처음 통장에서 수익이 나면 안전한 통장으로 옮기는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인출책의 활용이다. 돈을 여러 계좌로 분산 이체해 ATM기에서 현금을 뽑아 세탁한 뒤 깨끗한 계좌로 넣는 것이다.

요즘 CCTV없는 곳이 없다. 인출책의 동선을 추적하면 총책은 물론 대표자까지도 검거 가능하다. 두 번째는 계좌이체다. 가상화폐구입 명목으로 계좌이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합법적인 가상화폐는 거래내역이 투명해 불법 가상화폐를 이용하지만 이는 상대 계좌 또한 지급정지 된다.”

-청소년도박근절에 대한 도박없는학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비유를 들어 설명하겠다. 어린이 놀이터에 깨진 유리병이나 위험한 물건들이 있다고 가정하자. ‘교육청’이라는 어른은 위험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하고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어른은 위험문구가 적힌 푯말을 붙여놓는다. 하지만 ‘도박없는학교’는 그 위험한 물건들을 치우는 역할을 한다고 이해해주면 된다.”

-도박없는학교의 최종 목적은.

“해충을 박멸하는 것처럼 불법도박의 완전한 박멸이다. 그리고 최우선시 되어야할 목표는 불법 OTT와 불법 웹툰의 완전 추방에 있다. 최종 목적지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되겠지만 최우선 되어야할 목적은 빠른 시일 내에 보여드리겠다. 그렇게 어려운 과제가 아니기에 재밌게 불법OTT와 불법웹툰을 박멸해 나갈 생각이다.”
▲지난 11일 태백의 한 카페에서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이 불법 온라인도박 완전 차단은 불법 도박계좌를 폐쇄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프레시안

-불법도박사이트도 계좌지급정지에 대한 대책이라면.

“이건 진화에 대한 문제다. 불법시장은 돈을 벌기위해 어떻게든 진화한다. 그러기 위해 정부보다 수십 배, 수백 배 이상 연구를 한다. 광고의 진화가 불법 OTT이고 불법 웹툰이듯이 그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우리 앞에 또다시 등장을 할 것이다. 하지만 계좌는 다르다. 진화할 아이디어가 없다. 이는 불법시장에서 20년 동안 풀지 못하는 유일한 숙제였다. 그들이 편법으로 또 다른 수를 쓸 수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 계좌가 없이 새로운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20년 전 불법 도박세계에서 운영 및 개발, 솔루션 관리, 원정도박 등 불법 도박의 전 분야를 경험한 것을 토대로 현재는 청소년 도박근절을 목표로 비영리법인(도박없는학교)을 설립해 자비로 운영하고 있다.

[홍춘봉 기자(=태백·정선)(casinoh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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