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규제 강화에 웃던 탄소배출권 ETF, 수익률 마이너스…왜?
올해 초 상승세를 보이던 탄소배출권 ETF(상장지수펀드)가 최근 6개월 사이에 고꾸라졌다. 유럽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한 탓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환경 규제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탄소배출권 ETF의 중장기 성장성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 ETF의 6개월 수익률은 -15.69%를 기록했다.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 ETF의 수익률은 각각 -15.57%와 -15.17%로 집계됐고,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 ETF의 수익률은 -3.88%다.
탄소배출권 ETF가 고전하고 있는 것은 유럽의 탄소 배출량이 감소하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하락해서다.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의 경우 유럽 탄소배출권 시장이 약 60%를 차지하기 때문에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 추이에 따라 관련 ETF도 움직이게 된다.
올해 들어 유럽의 경우 기온이 급상승하는 등 이상 기온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인해 가스 비축량이 증가했고, 천연가스 가격도 하락했다. 이에 석탄 사용량이 줄었고, 탄소배출권 가격도 하락했다.
실제로 유럽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 2월 처음으로 톤(t)당 101유로를 넘어서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전날 기준 ICE선물거래소에서 유럽탄소배출권 가격은 t당 81.73달러를 기록했다.
탄소배출권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것 역시 최근 탄소배출권 ETF가 조정받는 이유로 꼽힌다.
박수민 신한자산운용 ETF상품전략팀 팀장은 "유럽 탄소배출권 시장은 올해부터 특정 구간(70~100유로)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는 해당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탄소배출권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기조에 힘입어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때문에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 ETF의 경우 유럽탄소배출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ETF 들보다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탄소배출권 ETF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탄소배출권 투자는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국가들이 지속해서 환경 규제 강화 정책을 내놓고 있어서다.
우선 다음 달 EU(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시행되면 탄소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CBAM은 EU로 수출하는 철강, 알루미늄, 비료, 전기, 시멘트, 수소제품 등 6개 품목의 탄소 배출량에 탄소 가격을 부과하는 제도다.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 규제 차이에 따라 수입품의 가격 차이가 날 경우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이러한 차이를 메꿔야 한다.
박상철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CBAM이 시행되면 탄소배출권의 수요가 늘어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며 "탄소배출권은 화석 연료 사용량이 늘어나는 겨울철에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기에 날이 추워지면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U가 탄소배출량 감출 목표를 높인 점도 장기적으로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에 한몫할 수 있다. EU는 지난 4월 말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62%까지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는 앞서 정한 목표치인 2005년 대비 43%보다 상향된 수치다.
박수민 팀장도 "미국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기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CBAM과 같은 규제를 이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환경 규제 관련 법안은 지속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글로벌 탄소배출권 바이앤 홀드(매수 후 보유)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했다.
김근희 기자 keun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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