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뷰] 美 정부는 셧다운 피할까… ‘셀 코리아’에 관망세 짙어진 韓 증시
전날 5거래일 만에 상승 마감했던 코스피 지수가 12일 다시 고꾸라졌다. 별다른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 연방정부 업무정지(셧다운) 위기, 유럽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 상승 등 투자 심리에 부정적일 소식만 잇따라 들려왔다. 주요국의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도 짙어졌다. 외국인의 집중적인 ‘팔자’에 이차전지 기업들이 무너진 하루였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20.30포인트(0.79%) 하락한 2536.58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294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2198억원, 544억원 순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7월에 ‘사자’ 기조였던 외국인은 8월부터 ‘셀 코리아(sell Korea)’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외국인의 주식 투자 자금은 9억1000만달러(약 1조2028억원) 순유출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셧다운 이슈가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1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6주간의 여름휴가를 끝내고 2023 회계연도가 끝나는 오는 30일까지 약 12일 동안 상원과 회기를 가질 예정이다. 하원과 상원을 통과해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까지 받아야 하는 12개 세출법안 패키지에 합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상·하원이 법안 합의에 실패하면 10월부터는 필수 기능을 제외한 정부 업무 상당수가 중단된다. 문제는 하원의 공화당 강경파가 정부 지출을 부채 한도 합의에 명시된 상한보다 대폭 줄이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2024년 회계연도 지출을 1조4700억달러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기존 합의보다 1200억달러 적은 금액이다.
여기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올해 유로존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올해뿐 아니라 내년 전망치도 1.6%에서 1.3%로 낮췄다. EC는 물가 상승에 따른 역내 내수 부진과 금리 상승, 극단적 날씨 등을 성장 전망 조정의 이유로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부동산 PF 시장을 둘러싼 경고음이 커지기도 했다. 이날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권 전체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17%로 3월 말(2.01%) 대비 0.1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 보면 여신전문을 제외한 모든 업권 연체율이 올랐다. 증권도 3월 15.88%에서 6월 17.28%로 올랐다.
우울한 지표가 연거푸 나온 상황에서 한국 증시는 떠나가는 외국인을 붙잡지 못한 채 낙폭을 키워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미·중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관망 심리가 유입됐다”며 “밤사이 미국 증시는 상승 마감했지만, 이는 개별 기업 호재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코스피 지수는 개장 직후 2560선 돌파에 나서기도 했으나 장중 외국인의 순매도 확대에 하락 반전하면서 여타 아시아 증시 대비 상대적인 약세를 보였다”며 “종목별로 보면 외국인 순매도 상위권에 위치한 이차전지 밸류체인 기업의 부진이 코스피 하방 압력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우, 현대차, NAVER 등이 상승 마감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POSCO홀딩스, LG화학, 삼성SDI 등은 부진했다.
이날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코스닥도 무너졌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51포인트(1.59%) 하락한 898.04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이 1442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317억원, 1348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엘앤에프, HLB, JYP Ent., 에스엠, 펄어비스 등이 상승 마감했다. 이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해 셀트리온헬스케어, 포스코DX,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은 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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