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사망 교사 남편 "아내, 교사로서 학부모 신고 옳지 않다 생각해"

지난 9일 수년간 학부모들로부터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숨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 A씨의 발인이 거행돼 A 씨가 근무했던 초등학교로 운구 차량이 들어섰다. 사진=김영태 기자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가 생전 가해 학부모의 신고를 꺼려왔던 사실이 유족 측에 의해 밝혀졌다.

숨진 교사의 남편 A 씨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학부모들로부터 고통 받아왔지만, 교사로서 이들을 신고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며 "저 역시 이를 지켜보면서도 지금껏 속앓이만 해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이들이 많이 불안해한다"며 "아직 학교에 가려 하지 않아서 집에서 24시간 계속 돌보고 있다. 활동에 제약이 많고 힘을 내려고 하는데도 많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한편 가해 학부모들은 연이어 입장문을 내고 있다. '악성 민원을 제기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가해 학부모 중 한 명으로 지목됐던 체육관장의 아내 B 씨는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문제행동을 보인 4명의 학생 중 1명이 제 아이가 맞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9년 학기 초 선생님과 2차례 상담을 하고 심리치료를 추천받아 꾸준히 가정 내 지도에 힘썼다"며 "선생님의 지도에 불만을 품고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거나 학교에 민원을 넣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저 역시 아이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고충을 너무 잘 알아 선생님을 함부로 대한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 글에 A 씨는 직접 댓글을 남기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선생님 남편입니다. 이제 오셨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B 씨의 남편도 커뮤니티에 입장을 남겼다. 그는 "기사와 댓글을 읽으며 손이 떨리고 너무 답답했다"며 "잘못된 행동을 한 사람에게 벌을 주기 위한 마음으로 그러신 것을 알지만 저희는 이번 사건과 아무 연관이 없다. 저희는 정말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글에도 A 씨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습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댓글을 적었다.

한편 대전 교사노조는 유족 측과 가해 학부모의 고소·고발 및 교사 순직 요청 등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