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당해 자녀 폭행한 모친, 검경 심리 감정 끝에 ‘불기소’
19년간 무속인 부부로부터 심리적·육체적으로 지배당한 상태에서 자녀들을 상해한 혐의를 받았던 모친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검찰과 경찰의 심리분석 결과 모친 역시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의 피해자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1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수원지검 여주지청(지청장 이형관)은 모친 A씨를 상대로 임상심리·범죄분석을 진행한 뒤 지난 6일자로 불기소 처분헸다. A씨는 불에 달군 수저로 자녀들의 몸을 지지는 등 동일한 범행을 4차례 가량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검경에 따르면 19년간 A씨를 심리적으로 지배해온 무속인 부부는 A씨 집에 13대의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일가족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을 고려해 대검찰청과 경기남부청에 A씨에 대한 심리분석을 의뢰했다. (▶관련기사 : 무속인에 19년간 가스라이팅 당한 일가족…가족 간 성폭행도 강요)
경기남부청은 지난 7월28일 A씨와 자녀들을 분석한 뒤 일가족이 무속인 부부로부터 심리·신체·정서·성적인 부분 전반에 걸쳐 심리적 지배를 당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A씨 일가족이 무속인 부부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밖에 없어서 폭행 등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검의 판단도 같았다. 대검은 지난 8월25일 A씨의 임상심리분석을 진행해 A씨가 배우자와 사별한 뒤 심리적 결핍이 강해졌으며 이로 인해 무속인 부부에게 강한 유대감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A씨가 강도 높은 폭행을 당하면서도 무속인 부부의 지시에 순응한 것도 그래서라는 것이다.
검찰은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6일 A씨에 대해 ‘죄가 안됨’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검찰은 무속인 부부에게 적용한 혐의를 ‘특수상해교사’에서 ‘특수상해’로 바꾸겠다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A씨는 형법 12조의 강요된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저항할 수 없는 폭력, 가족이나 신체에 대한 협박이 있을 경우 책임이 조각될 수 있는데, A씨도 당시 상황에서 무속인 부부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점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현재 A씨와 자녀들은 쉼터에 각각 분리된 채 보호조치를 받고 있다. 무속인 부부는 A씨 일가족이 서로 폭행·성폭행하도록 지시·강요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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