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돌 한미약품, 랩스커버리 넘어 'CGT·mRNA'로 간다
2032년 40개 파이프라인 확보
바이오신약 R&D성과 고도화
GLP-1 기반 비만치료제 추진
식약처에 임상 승인신청서 제출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한미그룹이 최근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연구개발(R&D) 전략을 발표했다. 10년 후의 성장동력을 선제적으로 발표한 것도 주목을 받았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모달리티(치료접근법) 발굴을 위한 이정표를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2032년 40개 파이프라인 확보
한미약품은 기존의 ‘랩스커버리’ 기반 지속형 바이오신약의 연구개발 성과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모달리티로 선정한 세포유전자치료제, mRNA 분야에서의 혁신적인 후보물질 도출에 집중하고 있다. 시간표는 2032년에 맞춰져 있다. 2032년이 되면 한미약품은 40여개에 이르는 신약 파이프라인(치료후보물질)을 확보하게 되는데, 이 중에는 그동안 한미가 해 오지 않았던 다양한 혁신들이 준비될 전망이다.
현재 한미약품은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 혁신신약으로 개발 중인 ‘에피노페그듀타이드’와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 등 글로벌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ASH 영역은 현재까지 전세계에 허가된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치료제 개발시 최대 30조원대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NASH 분야에서 한미약품은 글로벌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혁신신약 창출을 예고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개발 중인 NASH 치료제가 미국에서 상용화되는 2030년 이후에는 미국에서만 매년 1조원대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형 GLP-1 비만치료제’ 추진
최근 한미약품이 발표한 ‘GLP-1 기반의 한국형 비만치료제’ 개발 계획은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제약기업 사노피를 통해 당뇨치료제로 개발돼 오던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약으로 전환해 개발한다는 이 계획은 전 세계적인 GLP-1 열풍과 맞물리면서 한미약품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한미약품은 이를 위해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3상 진행을 위한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서(IND)를 제출했으며, 식약처 승인 이후 상용화 개발 작업을 빠르게 진행할 계획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2015년 글로벌 제약기업 사노피와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던 신약 후보물질이다. 사노피는 6000여명의 대사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5건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해 오다 2020년 6월 계약 권리를 한미약품에 반환했다.
사노피는 이듬해인 2021년 6월 세계 최대 학회 중 하나인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해당 임상 결과를 8개 주제로 나눠 구두 발표하며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잠재력을 설명했다. 당시 ADA에서 나비드 사타 영국 글래스고대 교수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제2형 당뇨병을 가진 저위험 및 고위험군 환자에서 혈당, 혈압 그리고 체중을 낮추는 가운데 주요 심혈관 및 신장질환의 발생률을 안전하게 감소시켰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지난 2021년 6월 세계적 권위의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도 등재되는 등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안전한 한국인 맞춤형 비만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다는 글로벌 경쟁력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GLP-1 비만약을 시판한 글로벌 기업들이 체중 감소 비율 수치의 우월성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서양의 고도비만 환자에게 유익할 수 있는 수치”라며 “한국 제약회사가 독자 기술을 통해 개발한 최초의 GLP-1 비만신약으로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으로 개발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비급여 제품인 수입산 GLP-1 비만약들이 매우 고가인데다 전 세계적 공급 부족 사태로 한국 시장 상륙 시점이 불투명한 반면,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이들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시장에 제시할 수 있으면서도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 mRNA 등 강화
한미약품은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와의 협력을 통해 2030년까지 새로운 신약 모달리티 발굴을 위한 그룹사의 전문 연구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매출의 15~20%를 R&D 투자에 쏟는 기조를 공고히 할 방침이다.
한미약품은 항암제는 물론 대사성질환, 신경계 질환 및 심혈관 질환 등을 중심으로 다수의 신규 후보물질을 발굴, 개발하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다. 특히 저분자 표적 단백질 분해(TPD) 기술 고도화를 위해 2030년 전까지 한미의 독자적인 표적 및 분해제 기반의 항암 혁신신약 제품화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이미 자체적인 mRNA 플랫폼을 확보해 항암백신 상용화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실제 한미약품은 올해 4월에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mRNA 기반 항암백신 개발 가능성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한미정밀화학은 기존 사업 분야를 넘어 mRNA 백신 등 원료에 쓰이는 지질나노입자, 뉴클레오타이드, 캡핑 물질 및 폴리에틸렌글리콜 유도체, 펩타이드 등 고난도 합성 바이오의약품 원료 물질 비즈니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한미정밀화학은 작년부터 약 100억원을 투자해 관련 분야 설비를 고도화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성기 선대 회장의 신념과 철학에서 시작된 한미의 R&D 본능은 창립 50주년을 기점으로 더욱 강력하게 발전돼 나갈 것”이라며 “세포·유전자 및 mRNA 기반의 치료제 등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비약적으로 점프하는 ‘R&D 중심 제약바이오 기업’의 롤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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