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영아시신’ 친부에 또 ‘혐의없음’…경찰 “아내 임신 몰랐다”

지홍구 기자(gigu@mk.co.kr) 2023. 9. 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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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요청으로 두 달 보강 수사불구
살인방조 ‘혐의없음’으로 결론내려
아내는 범행 발각 전 여섯번째 임신해
변호인 “남편이란 사람이 무책임” 질타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피의자 30대 친모 A씨가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경찰이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당시 아내의 임신 사실을 몰랐다는 30대 남편의 주장을 사실로 판단했다. 검찰 요청으로 남편의 살인방조 혐의를 재조사한 경찰은 최종 혐의가 없다고 결론 냈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아내의 친자 살인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 친부 A씨를 지난 8일 불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6월 30일 경찰이 A씨에게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하자, A씨가 아내인 30대 B씨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를 더 찾아봐달라는 취지로 경찰에 재수사 요청을 했다.

경찰은 A씨와 B씨 사이에 오간 휴대전화 메신저 대화 내역 전반을 살펴보는 등 지난 두 달간 보강 수사를 했으나, 1차 수사에서처럼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한 대화는 나오지 않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자녀 양육 등 일상생활과 관련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재수사 과정에서 A씨를 한 차례 소환해 B씨가 범행 기간 두 차례 임신과 출산, 살해를 반복한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등을 캐물었다.

조사 결과 B씨가 각각의 범행 과정에서 만삭에 가까워질수록 배가 불러오는 등 신체 변화가 있었지만, A씨가 B씨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었다거나 범행을 묵인했다고 볼 만한 유의미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앞서 경찰은 산부인과 전문의 등으로부터 “산모가 임신 사실을 적극적으로 감추고, 남편이 무관심했다면, (임신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다”는 소견을 받아 수사에 참고한 바 있다.

경찰은 B씨가 출산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작성된 보호자 동의서 서명란에 A씨의 서명이 있었다는 의혹이 나온 데 대해서도 B씨가 허위로 남편의 서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기존의 수사 결과를 유지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사진=경기남부경찰청>
보호자 동의서에 대한 필적 감정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해당 서명을 A씨의 필적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경찰에 회신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재수사 요청에 따라 두 달 넘도록 보강 수사를 벌였으나, A씨가 B씨의 임신 사실을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어 ‘혐의없음’ 결정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A씨의 아내 B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퇴원 과정에서 각각 살해해 그 시신을 거주지인 경기도 수원시의 아파트 내 냉장고에 보관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던 B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또 임신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B씨 변호인은 전날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황인성)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A씨에게 “피고인(아내)이 현재 임신 15주라는데 이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고, A씨는 “접견해서 들었다”고 답했다. B씨 임신 차수를 고려하면 수사기관에 범행이 발각되기 전 임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B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세 아이를 제왕절개로 낳은 뒤 산부인과에서도 말리는 방법으로 피해 영아를 출산했는데,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기 싫고 동의가 없어서 이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면서 “남편이란 사람이 왜 무책임하게 피임도 신경 쓰지 않았을까 화가 난다”고 말했다.

A씨는 “제가 똑바로 행동했다면 아내가 그렇게 (범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배우자에게 보이지 않는 가해를 지속해 범행했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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