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그렇게 어리석지 않아”…檢 ‘영장 청구’ 패스트트랙 [밀착취재]
보수단체 30여명, “살인자 구속” 외쳐
지지자 250여명, 차분하게 맞불집회
李 “오늘은 증거 제시하는지 보겠다”
檢 구속영장 청구 등 조만간 결정
“이재명 구속, 살인자 구속!”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태운 검은색 카니발 승합차가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후문에 도착하자 확성기로 무장한 보수단체 회원 30여명의 ‘살벌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보수단체인 애국 순찰팀은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났다”며 귀가 아플 만큼 큰소리로 구호를 외쳐댔다.
12일 오후 1시22분쯤 이 대표를 태운 승합차가 사흘 만에 다시 수원지검의 문턱을 넘어섰다. 지난 소환 때처럼 조정식·정청래 의원 등 당 핵심 인사들이 미리 도착해 이 대표를 맞았다. 이 대표는 일일이 악수한 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진청색 운동화 차림으로 조심스럽게 청사 앞으로 걸어간 이 대표는 이번에는 원고 없이 억울함을 토로했다.
잠시 ‘쓰읍’하며 숨을 들이쉰 그는 오른손을 들어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을 막았다. 이어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오늘이 두 번째 검찰 출석인데 제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지 보겠다”고 했다.
그는 “검사에게 질문했지만, 북한을 방문해 사진 한 장 찍어보겠다고 생면부지의, 얼굴도 모르는 조폭·불법사채업자 출신 부패 기업인에게 100억원이나 되는 거금을 북한에 대신 내주라고 하는, 그런 중대 범죄를 저지를 만큼 제가 어리석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지친 기색을 드러낸 그는 ‘대북송금 공문을 지사가 직접 결재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단호하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지난번 조사가 중단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의에 답하지 않은 채 청사 안으로 사라졌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이 대표가 부패 기업인으로 지목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비롯해 당시 북측이 요구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의 건강 상황을 고려해 주요 혐의에 관한 핵심 사실관계만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대표 측, 의료진과 의료시설 등에 관한 사전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 대표도 1차 조사 떄와 달리 일부 질문에는 구체적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도지사 결재 공문이나 쌍방울 대북사업 추진 문건 등이 제시되자 “이화영이 독단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했다”며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이날 조사에는 박상용(42·38기) 검사가 투입됐다. 변호인으로는 고검장 출신 박균택(21기) 변호사가 지난 조사와 마찬가지로 입회했다. 검찰은 이 대표 건강 상태를 고려해 30쪽으로 축소한 질문지를 내놓았다.
검찰은 이날 조사 종료와 함께 추가 소환 없이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검토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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