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벗기기' 라방까지…'학폭' 피해 10명 중 4명 "극단 선택 충동"

김도균 기자 2023. 9. 1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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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선희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학교폭력은 그 형태나 모습이 빠르게 변화하고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피해학생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특히 사이버 폭력은 익명성으로 인해 가해자를 알 수 없거나 일시적으로 업로드됐다가 삭제돼 증거확보도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 피해학생의 97%가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에서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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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 본부에서 열린 2023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푸른나무재단은 전국 초중고 학생(7,242명) 및 교사와 학부모(27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경험은 6.8%, 가해경험은 2.4%, 목격경험은 11.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석민 선임연구원, 이종익 사무총장, 박길성 이사장, 최선희 상담본부장. /사진=뉴스1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에서 성폭력이 차지하는 비중과 극단적 선택의 충동을 느끼는 학생들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푸른나무재단(옛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12일 발표한 '2023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폭력 피해 학생 1명이 평균 3.8개의 학교폭력 유형을 경험했다. 2021년도 2.5개에 비해 1.5배가량 늘었다. 특히 사이버폭력 피해를 경험한 학생이 응답자 중 대부분인 98.0%를 차지했다.

스마트폰 보급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 등으로 사이버 공간을 매개로 한 복합적인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재단의 설명이다. 온라인에 등록된 카드번호를 가로채 사용한 사례,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의 계정을 도용해 사용한 사례 등이 발견됐다.

최선희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학교폭력은 그 형태나 모습이 빠르게 변화하고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피해학생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특히 사이버 폭력은 익명성으로 인해 가해자를 알 수 없거나 일시적으로 업로드됐다가 삭제돼 증거확보도 어렵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에서 성폭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피해학생이 당한 피해유형(복수응답) 중 성폭력은 5.0%다. 2021년 1.5%, 2020년 2.1%와 비교해 급증했다.

피해인원으로 보면 지난해 응답자 7242명 중 491명(6.8%)이 성폭력에 해당하는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 서로 게임하는 과정에서 동급생 옷을 벗기고 추행하는 모습을 SNS 라이브 방송으로 유포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학교폭력으로 자살·자해 충동을 느낀 피해학생은 38.8%로 2021년 26.8%였던 것에 비해 12%포인트 늘었다. 학교폭력이 "고통스러웠다"고 답한 피해학생은 49.9%에 달했는데 고등학교 피해학생 중 76.3%가 이같이 답했다. 중학교 47.6%, 초등학교 44.5%에 비해 높은 수치다.

푸른나무재단은 피해 고등학생이 이전 학교급에서부터 학교폭력을 당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 피해학생의 97%가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에서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의 가해 이유는 초·중·고 별로 상이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초등학생의 가장 큰 가해 동기는 '상대방이 먼저 시비를 걸어 보복하기 위함'(20.0%)이다. 중학교의 경우 '폭력인지 모르고'(20.7%)가 주된 원인이다.

반면 고등학교의 경우 '다른 아이들도 하니까 그냥 따라서'라는 동기가 19.4%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는 사춘기 혹은 그 직후 청소년의 모방심리가 학교폭력의 동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푸른나무재단은 학교폭력 해결책으로 '교내 팀 접근법'을 제시했다. 담임교사의 초기 대응을 도울 교내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가를 배치해 팀 단위로 학교폭력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이밖에 교원을 양성하는 과정에서 학교폭력 관련 전문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의견도 나왔다. 푸른나무재단은 "학교폭력 양상이 빠르고 다양한 상황에서 초임교사가 관련 문제를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현장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교원을 보호하고 학교폭력 문제의 교육적 해결을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한편 푸른나무재단은 아들을 학교폭력으로 잃은 김종기 명예이사장이 1995년 설립한 비정부단체(NGO)다. 푸른나무재단은 UN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은 학교폭력 전문 청소년 NGO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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