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사업 한다더니 ‘디젤 발전기’ 준 산업부
감사원, ‘ODA 사업 추진실태’ 자료
산업통상부자원부가 에티오피아 등지에서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바이오매스 및 소수력 발전기를 디젤발전기로 변경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나타났다. 산업부는 이처럼 사업 취지와 결부된 중요 사항을 변경하면서도 외교부의 심사·조정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감사원은 법원행정처가 외국 법원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비 일부를 직원 개인 계좌로 관리한 사실도 파악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폭 확대 중인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이 12일 공개한 ‘ODA 사업 추진실태’ 자료를 보면 산업부 ODA 사업을 전담하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에티오피아 친환경 에너지타운 조성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바이오매스 등 발전기 대신 화석연료를 사용한 디젤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사업 내용을 변경 추진했다. 바이오매스는 소의 배설물 등을 가스화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당초 외교부와 개발협력위원회는 태양광 및 바이오매스 발전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제출·의결했으나 산업진흥원은 국산 바이오매스 발전기 확보가 어렵다는 사업자 요청을 듣고 디젤 발전기 설치를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산업진흥원의 시행계획 변경안을 승인했다. 변경안에 대한 외교부의 재심사는 없었다.
이 같은 변경 사례는 동남아시아 라오스 지역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감사원은 “산업부가 외교부의 심사를 각각 다시 거쳤다면 외교부가 디젤 발전기를 설치하지 않고 태양광 발전기만 설치하도록 사업내용 변경을 승인하는 등 위 사례와는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었다”고 봤다.
감사원은 법원행정처가 외국 사업 도중 사업비를 직원의 사적 재원과 혼용하는 등 부실 관리한 데 대해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도 파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9년 ‘베트남 인민법원 재판절차의 투명성 강화 및 재판역량 강화 사업’에 나서면서 베트남 현지 사무소 임차료와 직원 인건비 등 사업비를 집행하고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기관 명의 계좌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현지총괄책임자(법관) 3명의 개인 명의 국내 계좌로 총 12억5800만원 상당의 사업비를 집행했다. 이 책임자가 개인 명의 국내외 계좌를 이용해 해외 송금을 하는 방식으로 사업비를 집행·정산했다. 이들 중 일부 계좌는 마이너스 신용 대출 상태였다.
감사원은 이밖에 외교부가 중단을 통보한 ODA 사업을 부당하게 추진하거나 협의의사록도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조금을 교부한 산업진흥원 등 기관이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100억원 이상 사업비를 잘못 집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ODA 예산은 2010년 1.3조원 규모에서 2022년 약 4조원 수준으로 3배 이상 확대됐다. 정부는 전쟁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지원 등을 포함해 내년 ODA 규모를 6조5000억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감사원은 “체계적 사업 추진을 위한 기반은 미흡한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감사원은 외교부 등에 ODA 사업의 중요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 외교부의 심사·조정을 재차 거치게 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사업관리를 소홀히 한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주의를 요구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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