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념전’ 선언 한 달…보수층은 결집하지 않았다
이후 지지율 30%대 정체…보수 4명 중 1명 “총선서 정부 견제”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8‧15 광복절 경축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광복절을 기점으로 공식 일정에서 '공산전체주의' '반국가세력' 등 표현의 사용을 부쩍 늘려가고 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총선 전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념전쟁'을 본격화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 윤 대통령과 여당으로의 보수층 결집은 아직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보수층 내 분열이 감지되고 '정부 견제' 여론이 늘어나고 있어 여권 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념을 본격적으로 강조한 광복절 이후에도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30%대 안에서 오르내렸다. 8월14~16일 조사해 광복절 경축사 이후인 17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8월3주차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3%포인트 오른 38%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타는 듯 했다. 하지만 그 다음 8월5주차 조사에서 5%포인트 급락을 맛보았다. 그 무렵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9월4일 발표)와 한국갤럽 조사(9월8일 발표)에서도 윤 대통령은 각각 35.4%, 33%라는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尹 연찬회 발언‧홍범도 논쟁, 플러스 효과 '글쎄'
당장 윤 대통령의 '이념' 강조가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특히 8월28일 "이념이 최우선 가치"라고 밝힌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연찬회 발언, 그리고 계속되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보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중도층은 물론 윤 대통령과 여권이 '결집'을 기대했던 전통 지지층에서도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 NBS 8월5주차 조사의 경우 직전 조사 대비 윤 대통령 지지율이 전 연령대와 지역에서 하락한 가운데, 70세 이상과 대구‧경북에서조차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도 정체를 겪긴 마찬가지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검찰 소환 등 내홍을 겪고 있음에도 여당은 중도층을 흡수하지 못했다. 같은 NBS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보다 2%포인트 떨어진 32%로 고전했다(민주당은 5%포인트 상승한 28%).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정체나 하락세를 유지했다.
특히 '총선에 대한 의미'를 묻는 조사 결과에선 보수층 이완이 더욱 도드라졌다. 한국갤럽이 매달 첫 주차에 발표하는 해당 조사에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보수층의 비율은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9월7일 발표된 조사에서 보수층의 '정부 견제' 답변은 26%를 기록해 직전 달 조사 당시 19%보다 증가했다. 보수 유권자 4명 중 1명 이상이 내년 총선에서 이탈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중도층과 진보층에선 꾸준히 '정부 견제' 응답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추이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념전쟁 피로감 호소 늘어나고 있다"
보수층은 단단히 결집하지 않고 중도층만 더욱 잃은 우려가 큰 상황에서 여권 내에서도 난감한 기색이 감지되고 있다. '총선을 이념전으로 치러 이기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여기에 적극 가세해야 할지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할지 여당 내 고심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총선 준비를 하는 관계자들 사이에선 지금의 이념전쟁이 지역에서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수도권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여권 인사는 12일 시사저널에 "지역에 가면 이념보다 민생을 챙기라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며 "지난달 말 홍범도 장군 논란이 커지면서 이러한 피로감 호소가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수도권에선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더 크다"고 전했다.
한편, 기사에서 언급된 8월17일 NBS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17.2%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닷새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는 무선(97%)·유선(3%)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응답률은 2.5%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9월 1주(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로 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 100%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4.6%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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