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념전’ 선언 한 달…보수층은 결집하지 않았다

구민주 기자 2023. 9. 1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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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공산전체주의” 발언 기점으로 ‘이념전’ 거듭 강조
이후 지지율 30%대 정체…보수 4명 중 1명 “총선서 정부 견제”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8월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8‧15 광복절 경축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광복절을 기점으로 공식 일정에서 '공산전체주의' '반국가세력' 등 표현의 사용을 부쩍 늘려가고 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총선 전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념전쟁'을 본격화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 윤 대통령과 여당으로의 보수층 결집은 아직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보수층 내 분열이 감지되고 '정부 견제' 여론이 늘어나고 있어 여권 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념을 본격적으로 강조한 광복절 이후에도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30%대 안에서 오르내렸다. 8월14~16일 조사해 광복절 경축사 이후인 17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8월3주차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3%포인트 오른 38%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타는 듯 했다. 하지만 그 다음 8월5주차 조사에서 5%포인트 급락을 맛보았다. 그 무렵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9월4일 발표)와 한국갤럽 조사(9월8일 발표)에서도 윤 대통령은 각각 35.4%, 33%라는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9월1주차 한국갤럽 '총선 의미' 여론조사 결과 ⓒ한국갤럽

尹 연찬회 발언‧홍범도 논쟁, 플러스 효과 '글쎄'

당장 윤 대통령의 '이념' 강조가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특히 8월28일 "이념이 최우선 가치"라고 밝힌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연찬회 발언, 그리고 계속되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보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중도층은 물론 윤 대통령과 여권이 '결집'을 기대했던 전통 지지층에서도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 NBS 8월5주차 조사의 경우 직전 조사 대비 윤 대통령 지지율이 전 연령대와 지역에서 하락한 가운데, 70세 이상과 대구‧경북에서조차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도 정체를 겪긴 마찬가지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검찰 소환 등 내홍을 겪고 있음에도 여당은 중도층을 흡수하지 못했다. 같은 NBS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보다 2%포인트 떨어진 32%로 고전했다(민주당은 5%포인트 상승한 28%).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정체나 하락세를 유지했다.

특히 '총선에 대한 의미'를 묻는 조사 결과에선 보수층 이완이 더욱 도드라졌다. 한국갤럽이 매달 첫 주차에 발표하는 해당 조사에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보수층의 비율은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9월7일 발표된 조사에서 보수층의 '정부 견제' 답변은 26%를 기록해 직전 달 조사 당시 19%보다 증가했다. 보수 유권자 4명 중 1명 이상이 내년 총선에서 이탈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중도층과 진보층에선 꾸준히 '정부 견제' 응답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추이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념전쟁 피로감 호소 늘어나고 있다"

보수층은 단단히 결집하지 않고 중도층만 더욱 잃은 우려가 큰 상황에서 여권 내에서도 난감한 기색이 감지되고 있다. '총선을 이념전으로 치러 이기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여기에 적극 가세해야 할지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할지 여당 내 고심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총선 준비를 하는 관계자들 사이에선 지금의 이념전쟁이 지역에서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수도권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여권 인사는 12일 시사저널에 "지역에 가면 이념보다 민생을 챙기라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며 "지난달 말 홍범도 장군 논란이 커지면서 이러한 피로감 호소가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수도권에선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더 크다"고 전했다.

한편, 기사에서 언급된 8월17일 NBS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17.2%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닷새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는 무선(97%)·유선(3%)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응답률은 2.5%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9월 1주(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로 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 100%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4.6%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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