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폭행에 쓰인 2ℓ 페트병...“물 가득 없었다면 위험한 물건 아니다”
1심 판단 뒤집은 2심 판결 유지해
물이 가득 차 있지 않은 페트병은 형법에서 규정하는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즉, 사람이 다쳤더라도 특수상해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특수상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8월 부산의 집에서 연인관계였던 B씨와 다투다 물이 담긴 2리터(L) 용량의 페트병으로 B씨 왼쪽 눈 부위를 여러차례 내리쳐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시 A씨는 B씨에게 “죽어” 등의 위협적인 말을 하면서 손으로 페트병을 잡고 흔들었고 이 과정에 B씨가 맞아 다쳤다. B씨는 조사 당시 “흉기라도 들고 오면 오늘 죽겠구나 싶었다. 어느 순간에 어떻게 맞았는지 모르겠다. 얼굴에 피가 났는지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별을 통보한 B씨가 2021년 10월 자신과의 만남을 거절하자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4회 전송하고 같은 해 11월에는 B씨 직장 근처에서 퇴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등의 행동을 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이 사건은 생수가 담긴 페트병 2L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으로 하급심 판단이 엇갈렸다. 형법 제258조의2(특수상해)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상해를 입힌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보호관찰 및 120시간 사회봉사 등을 선고했다. A씨가 B씨에게 상해를 입힌 사실이 인정되고 페트병 역시 형법 258조2에서 규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특수상해 혐의를 무죄로 보고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제출 증거 만으로는 생수가 가득 찬 페트병으로 내리쳤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물이 가득 차 있지 않은 페트병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 물건으로 볼 수 없어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A씨가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은 인정, 벌금 300만원으로 감형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특수상해죄에서의 ‘위험한 물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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